FTA 후에도 '수입차 거품' 여전…벼르던 공정위, 칼 뽑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업계의 가격 거품 논란이 일자 본격 조사에 나섰다.

19일 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BK),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한국도요타 등에 조사계획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업체들은 즉각 로펌 섭외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수입차, FTA 가격인하 효과 미미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낮아졌지만 유럽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 가격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벤츠 수입사인 MBK는 올해 1월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의 이유로 일부 모델 판매가격을 평균 0.5% 올렸다. BMW코리아도 작년 12월 출시한 신형 528i 모델 가격을 기존 모델(6790만 원)보다 약 0.7% 오른 6840만원에 책정했다.

비싼 수리비도 문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저속충돌시험에서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으로, 국산차(275만원)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내역별로 보면 수입차 수리시 부품값은 국산차에 비해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 높았다. 미션오일만 봐도 국산차의 교체비용이 30만~50만원인데 반해 수입차는 150만원이 넘는다.

공정위는 또 수입차 업체들끼리 부품을 일정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재판매 가격유지행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사, 딜러점 현장조사 착수

수입차업체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작년 말부터 예견됐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EU FTA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한 분야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일단 20일까지 수입차 업체들을 서면조사한 뒤 곧바로 관계사와 딜러점을 상대로 현장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면조사 내용에는 신차 가격 현황과 가격 결정 과정, 유통 구조 등과 함께 해외와 국내 간 판매가격 차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또 고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서비스 현황과 부품 가격의 적정성을 비롯해 일부 수입법인의 지배구조 남용 행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임포터(수입법인)와 딜러 간 금품 수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작년 12월 독일 벤츠 본사가 벤츠 수입법인 MBK의 관계사인 벤츠파이낸셜 서비스코리아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감사팀 관계자 3명을 파견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상당한 금액이 지속적으로 국내 벤츠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 측에 대한 접대에 사용됐고, 한성자동차도 수시로 교차 접대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긴장하는 업계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수입차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현재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주요 수입차 업체들의 차량 가격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부품 가격이 국산 자동차 부품보다 6~7배 비싼 이유에 대해서도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 MBK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 책정은 글로벌 본사의 지침에 따르고 있으며 성실하게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벤츠코리아의 2대 주주이자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성자동차가 고배당금을 위해 차값을 수시로 인상하고, 대주주인 화교기업 레이싱홍이 최근 수년간 서울 중학동과 청담동 등지에 수천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 대해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한 뒤 공식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공정위가 수입차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것은 더러 있는 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며 “누구보다 합리적으로 가격책정을 해온 만큼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최진석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