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소비·실적 깜짝 놀랄정도 호전…"주택시장도 바닥쳤다"
슬금슬금 오르던 미국 다우지수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기업들의 고용과 실적, 소비 등 모든 경기지표가 호전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백악관에서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백악관도 놀란 고용회복

금융위기 이후 백악관은 경기회복에 대해 ‘갈 길이 멀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태도가 변했다. 전에 비해 강한 어조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앨런 크루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지난 17일 백악관 경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나와 다른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진단했다. 크루거 위원장은 특히 고용 부문이 “깜짝 놀랄 정도”라고 평가했다. “민간 부문의 고용 증가 시점이 훨씬 앞당겨졌다”는 설명이다. ‘1990~1991년 회복기 때는 경기 저점을 지난 뒤 12개월째부터, 2001년 회복기에는 22개월째부터 고용이 회복됐지만 이번엔 9개월 후로 상당히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런 지표에 고무된 백악관은 올해 월평균 16만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작년 14만6000개보다 14.3% 늘어난 것이다. 밀런 멀레인 TD증권 투자전략가는 “실업수당 청구건수 감소 추이를 볼 때 시장에서는 고용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 고용·소비·실적 깜짝 놀랄정도 호전…"주택시장도 바닥쳤다"

◆소비, 고용, 실적 선순환으로

미국 경제 성장의 약 70%를 담당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소비심리지수는 지난해 8월 55.7에서 지난달 중반 74.0으로 크게 상승했다.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이런 소비심리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9년 중반 이후 작년 말까지 제조업 생산은 23%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 증가 등에 힘입은 것이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2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전달 7.3에서 10.2로 올라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닫았던 지갑을 열면서 기업들의 생산과 실적 향상, 고용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던 마지막 변수인 주택시장도 점차 깨어나고 있다. 지난달 신규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5% 증가한 69만9000채로 시장 예상치인 68만건을 웃돌았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주택 신축 건수와 주택건설 부문의 고용인력 증가 등을 감안해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진단했다.

최근 연방정부는 주택경기 부양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주택(깡통주택) 가운데 10%를 구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깡통주택 소유자 약 100만명에게 저리로 재융자받을 수 있도록 3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악성매물로 나와 주택시장 회복을 짓누르는 깡통주택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유럽 불확실성 여전,거래량 적어

그러나 경기회복과 이에 기반한 주가 상승에 대해 조심스런 시각도 많다. 뉴욕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주가는 오르지만 돈 벌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거래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17일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식 거래량은 65억주로 이미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올해 하루평균 거래량 69억8000만주에도 못 미쳤다. “투자자들이 시장에 발만 담그고 있다(제임스 사르니 페이든&라이젤 펀드매니저)”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량이 적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경제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변수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2차 구제금융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그리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3월에 몰려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김홍열/뉴욕=유창재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