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력(電力)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중부발전이 수도권 방어의 핵심 전력(戰力)인 제1포병여단 출신 모범 장병을 우대 채용하기로 한 것은 양 기관 간 상생협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결정이다. 중부발전은 장병들의 최대 관심사인 제대 후 일자리를 제공하고 제1포병여단은 장병들이 군복무 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를 줄 수 있게 됐다. ‘1사 1병영’ 캠페인은 자매결연 부대 장병에 대한 취업 우대를 장려하고 있다.

◆제1포병여단 인재 뽑겠다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중부발전은 ‘1사 1병영’ 결연을 맺은 제1포병여단을 지원하기 위해 이 부대 출신 장병을 여단장 추천을 거쳐 직원으로 채용키로 했다. 남인석 중부발전 사장(사진)은 “1사 1병영 결연의 첫 결실은 제1포병여단 인재 선발”이라며 “이공계 출신이 많은 제1포병여단 장병들은 ‘쓰일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경수 여단장은 “중부발전의 우대 방침은 장병들의 복무 의욕을 높일 것”이라며 “전투력 증강은 물론 사기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제1포병여단 장병들도 반기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부발전의 결정은 ‘가뭄 속 단비’가 아닐 수 없으며 여단장의 추천을 받기 위해서라도 군 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1포병여단 출신 인재를 우대한다는 인사 방침은 공기업 인력 채용 규정과도 문제가 없다. 기획재정부 인재경영과 관계자는 “공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위해 채용 과정과 기준을 직접 규제할 수는 없다”며 “최근 고졸 채용 흐름처럼 기관 간 양해각서에 따라 특수성을 인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병영콘서트’도 개최

중부발전-제1포병여단의 ‘1사 1병영’ 자매결연은 남 사장과 박 여단장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한양대 정밀기계공학과 출신으로 기술고시를 거쳐 공직에 몸담고 있던 남 사장은 1993년 국방대학원에서 박 여단장을 만난 이후 20년간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남 사장은 “과거 국방부에 근무하면서 군 출신들이 전역후 취업에 애로를 겪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많았다”며 “때마침 한국경제신문과 국방부의 1사 1병영 운동이 장병들의 취업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박 여단장과의 개인적 인연을 넘어 중부발전과 제1포병여단 간 인연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중부발전과 제1포병여단은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신입사원 연수과정에 포함된 병영체험을 민간교육기관이 아닌 제1포병여단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친선 축구 경기, 군장병의 보령 발전소 견학, 임직원 대상 안보 교육 등도 예정하고 있다.

양 기관은 캠페인 참여 기업들의 ‘모범 답안지’가 될 전망이다. 장병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병영 콘서트’가 오는 22일 제1포병여단에서 처음 열린다. 강사는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의 저자인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다.

군 생활 잘해야 직장도 잘 다녀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한다는 게 남 사장의 지론이다. 기술고시 합격 후 사병으로 군 생활을 했던 그는 ‘서번트 리더십’의 뿌리를 군에서 찾았다. 군 복무 당시 4~5살 어린 상급자로부터 ‘고문관’이라는 질타를 수없이 듣고 인격적인 모욕도 참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지나고 보니 조직생활에서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이때 길러진 것을 알았다”며 “조직의 리더가 아닌 조직원으로서의 역할을 배우고 조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