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오는 24일부터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은행이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 은행들의 지준율은 대형 은행이 20.5%, 소형 은행이 17%로 조정됐다. 중국은 2010년 1월부터 작년 6월20일까지 12차례 연속 지준율을 인상한 후 지난해 12월5일 3년 만에 처음 낮췄다. 지준율이 0.5%포인트 떨어지면 은행 대출이 약 4000억위안(72조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 교수는 “정부가 지준율을 내린 이유는 선제적 조정을 통해 경제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은행의 유동성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무역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었다.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0.5% 줄어든 1499억달러, 수입은 15% 급감한 1227억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또 은행의 1월 신규 대출 규모는 1조위안을 밑돌았다. 최근 은행 간 금리도 4.5%를 넘어섰다. 은행 간 금리가 높다는 것은 은행들이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율은 1월 4.5%로 비교적 높았지만 이달 3%대로 떨어져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했다. 리후이융(李慧勇) 선인완궈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가 점차 증가하는 요즘이 지준율 인하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은행 지준율은 올해 네 번 정도 더 떨어져 19.0%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중국 정부가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8%를 밑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재정위기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달으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대로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