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포드를 회생시킨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에 대한 미국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초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전설적인 CEO 리 아이어코카가 회사를 떠날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 크라이슬러에는 이렇다 할 후임자가 없었고 몇 년 후 회사는 독일 다임러벤츠에 합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포드에는 마크 필드 부사장(51)이 있다”고 보도했다. 필드는 멀럴리가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포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인물이라는 평가다. 금융위기 당시 포드가 정부의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회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주역 중 한 명이 필드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북미 사업부는 지난해 포드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벌어들였다. 북미 사업부가 포드를 회생시킨 셈이다.

◆턴어라운드 이끈 주인공

“우리가 나아갈 길은 작은 시장으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다. 미국 시장을 되찾는 것이며 지금이 대반격의 적기다.”

2005년 북미와 중남미 사업부를 맡았을 때 필드는 이렇게 말했다.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회장이 중책을 필드에게 맡긴 직후 일이다. 사람들은 무모하다고 했다. 상황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포드는 ‘낡은 브랜드’로 잊혀져가고 있었다. 전체 인력의 4분의 1을 내보내야 하는 혹독한 상황이기도 했다. 포드 경영진도, 근로자들도, 소비자들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뚝심있게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턴어라운드 전략의 핵심은 ‘원 포드(One Ford)’였다. 플랫폼을 통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재고도 줄였다.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 출시하는 차종도 모두 바꿨다. 대형차 생산라인을 대거 소형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북미 사업부의 성과 덕택에 포드는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순이익은 2년 만에 7배 늘었다. 2009년 29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02억2000만달러로 증가한 것.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휘스턴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북미 사업부의 실적이 포드 전체의 실적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필드의 과거 경험이 북미 사업 회생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2000~2002년 포드 계열사였던 일본 마쓰다를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2001년 4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마쓰다는 그의 지휘봉 아래 1년 만에 88억3000만달러의 이익을 내는 회사로 변모했다. 필드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로 직원들을 독려해 변화를 이끌어냈다.

2005년 북미 사업부를 맡기 이전에는 포드의 유럽 럭셔리카 브랜드인 프리미어오토모티브그룹(PAG)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필드는 유럽에서도 부진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운 모델을 잇달아 출시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NYT는 멀럴리의 후임으로 필드가 포드 CEO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포드 경영진 인사가 ‘위기 극복’에서 ‘성장’으로 초점을 옮겨간 만큼 본격적인 성장을 이끌 새로운 인물을 CEO로 내세울 것이란 분석이다. 조지프 필리피 오토트렌즈컨설팅 회장은 “필드가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으면 CEO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