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유동성 장세…정유ㆍ화학주 집중을"
글로벌 경제는 2007년까지 고성장을 해왔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증시의 변동성은 커졌다. 작년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글로벌 증시가 다시 한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큰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실적 장세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본과 중국의 양적완화 조치와 맞물린 유동성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1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럽은 ESM(유럽안정화기구) 출범과 2월 말 6000억유로의 LTRO(장기대출프로그램)를 진행한다. 이번 주 일본의 양적완화 규모가 10조엔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지급준비율, 금리 인하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09년 못지 않은 강력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의 배경이다.

2009년보다 강해진 기업들의 경쟁력과 체력도 감안해야 한다. 이번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이어진다면 작년에 주춤했던 대상승장이 다시 펼쳐질 수 있다. 어느 업종, 어느 종목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미국 경제의 부활, 모바일 혁명과 유동성 장세를 모두 감안한다면 정보기술(IT)섹터를 눈여겨봐야 한다. 치킨 게임에서 승리한 데다 SK라는 새로운 주인을 얻은 하이닉스반도체가 핵심이다. 주도주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가파른 성장으로 인해 성장성이 담보된 삼성SDI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IT섹터는 저가 대비 일정 부분 상승한 상태다. 수익률 측면에서 본다면 단연 중국 관련 섹터다. 작년 9조5000억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미 올해 9조원 가까운 국내 주식을 저가에 매수했다. 상승장에 대비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 증시는 정부의 계획경제로 인해 글로벌 증시와 달리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도소매 물가지수는 항상 예상치를 웃돌았다.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상 등의 정책으로 통화를 조절했다. 증시로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아 주가가 상승하지 못했다.

추세가 달라지고 있다. 작년 말 중국 인민은행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대다수 중국 전문가들은 올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균형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다. 중국 증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일 때 바닥에서 올라오는 중국 관련주에 집중해야 한다.

정유와 화학은 원재료 가격과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08년 후반 저점을 찍고 급등세를 보였다. 유럽 재정위기로 급락세를 나타냈다. 작년 9~10월 저점을 찍고 반등세를 보이면서 중국 증시와 어느 정도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의 달러 보유액이 높아진 상태에서 위안화의 추가 절상과 원화 강세를 예상할 수 있다. 수혜는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이 볼 것이다. 정유의 S-OIL, 화학의 LG화학을 최우선주로 꼽는 이유다.

중국의 긴축 완화와 함께 서부 대개발 사업, 일본의 대지진·태국의 홍수 피해 복구에 따른 건설 기계 매출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주목할 만하다.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선, 항공, 해운주도 중국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해양LNG 수주가 돋보이는 삼성중공업은 조선업종에서 가장 눈에 띈다. 한진해운은 최근 안전하게 큰 수익을 안겨준 대표적인 종목이기도 하다.

올해는 중국 관련주에 집중하되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IT섹터에 속한 몇몇 종목을 권장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유동성 장세에서 강했던 은행, 증권, 건설의 트로이카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올해는 미국에 이은 유로존 악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상승장의 기운을 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