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to Head] 기업 부담 커지고 청년실업 가중…고용·임금 유연성부터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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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압박없는 공기업이나 초고속 성장 기업서나 가능
베이비부머 은퇴 인력 공백…기업 자율로 대처하게 해야
원가 압박없는 공기업이나 초고속 성장 기업서나 가능
베이비부머 은퇴 인력 공백…기업 자율로 대처하게 해야
지난해 무역 1조달러로 세계 9위 무역대국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한국경제는 세계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5%대 이하 저속 경제성장세로 돌아섰다. 연초부터 대내외적 경제여건 또한 매우 불안하다. 유럽발 금융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란 석유금수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원유가가 천정부지로 상승할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특히 올해부터 효력을 발생할 예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야권의 강력한 반대는 기업들의 경제적 여건을 더욱 불확실하게 하게 한다. ‘청년실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베이비부머의 정년 연장’ 등의 논란에서 보듯이 고속 경제성장시대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고용없는 저성장시대’의 새로운 도전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4개의 주된 이유들과 그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에 대한 고용대책인가 하는 문제다. 대량 은퇴하는 베이비부머의 고용대책으로 정년 60세를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경제의 한 단면만을 보는 편협한 시각에 기인한다. 왜냐하면 고용의 순증가가 없을 경우 정년연장은 그만큼의 신규취업 감소로 이어지는 ‘제로섬’게임이며 따라서 청년실업을 가중시키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로 인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노동은 그만큼 부담이 된다. 한국전력은 2010년 7월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경쟁이 없으며 고임금체계로 인한 원가압박에 민감하지 않은 ‘신도 들어가고 싶은 직장’과 경기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민간기업들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홈플러스는 2012년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임금피크제 등 여타 조건없이 5년 연장했다. 해마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늘리고 있으며 매년 100여명의 비정규직 우수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고 있다. 어떻게 경쟁이 치열한 유통분야의 민간기업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며 왜 다른 기업들은 따라하지 못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홈플러스는 1999년에 가장 늦게 유통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대형마트로서 10년 만에 총매출 10조원을 달성한 초고속 성장기업이다. 점포 2개로 출발했지만 현재 123개로 늘어났다. 성장을 통해 계속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이런 기업은 예외적 사례다.
둘째,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년에 의해 모든 근로자들를 일률적으로 은퇴시킬 경우 장기간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잃을 위험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기업은 고령자를 은퇴시키고 신입근로자를 채용하면 생산성을 높이면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전체 근로자의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이며 기업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금도 필요한 은퇴인력을 재취업을 통해 선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해 노동력의 부족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유럽 각국의 경우 노동력 부족과 연금재정부담이 우려되는 시점부터 정년연장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1995년부터 생산인구가 감소되기 시작했으며 1998년에 60세 정년을 법제화했고 2006년부터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부터 실제 생산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며 연금재정문제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기업들에 60세 정년에 대비할 준비기간과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넷째, 노령인구에 대한 사회보장 부담 완화의 문제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대체로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추세다. 노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늘어나는 연금지급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에 반대하며 대규모 파업을 주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노조가 앞장서서 정년연장을 주장하는데 왜 이런 반대되는 양상을 보이는가? 유럽에서는 정년이 연금지급시기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즉 정년이 연장되면 그만큼 연금을 더 오랫동안 납입해야 하고 연금지급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본질은 정부를 대신해 복지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창출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이루는 것이다. 고속성장기에는 고용을 창출하며 고임금을 부담할 수 있지만 저속 성장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을 축소하거나 임금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고용의 경직성과 연공서열형 임금제로 인한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가 지속가능경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사례에서 보듯이 정규직 해고요건 및 절차가 매우 복잡하며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은 199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볼 때 최하위에 해당한다.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의 유연성과, 근속연수가 아닌 생산성과 연계된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 전환한 임금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하며 새로운 신성장동력분야를 개척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이루게 되면 고용창출을 통해 청년실업해소,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무기직 혹은 정규직 전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정년연장 내지 더 나아가 폐지도 가능할 것이다.
이 같은 여건 조성 없이 경영외적 요인에 의해 고용증대와 고임금체계의 수용을 기업들에 강요하게 되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는 우를 범할 우려가 크다.
임진혁 울산과기대 학술정보처장 (60)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네브래스카주립대 경영학 박사 △미국 뉴올리언즈대 교수 △울산과기대 테크노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