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이익 반드시 재투자"…도레이첨단소재, 탄소섬유 亞 거점으로
“구미 탄소섬유 공장이 완공되면 일본, 미국, 프랑스에 이어 도레이의 네 번째 탄소섬유 공장이 됩니다. 이 공장을 계기로 도레이첨단소재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습니다.”

지난해 6월 경북 구미의 도레이첨단소재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공장 기공식. 이 회사 모기업인 일본 도레이의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이 행사에 직접 참석, 한국 내 사업이 새 전기를 맞게 됐음을 강조했다. 도레이는 630억원을 투입, 내년 1월부터 연산 2200t의 고성능 탄소섬유를 생산하게 된다. 도레이첨단소재가 전통적인 ‘화학섬유기업’에서 ‘첨단소재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데 도약대 역할을 하는 곳이 구미 탄소섬유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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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이첨단소재는 화학섬유와 폴리에스터 필름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 2002년 정보기술(IT)소재 분야에 진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앞으로 탄소섬유와 함께 해수담수화 등 수(水)처리 사업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및 백시트 등 태양광 소재 △분리막 양극재 등 2차전지 핵심소재 사업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인 이윤 추구가 아닌 도레이의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탄소섬유 분야의 기술 이전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10년 만에 영업이익 6배…탄탄해진 기초체력

도레이첨단소재는 세계 최대의 합성섬유업체인 일본 도레이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그 뿌리는 삼성그룹의 옛 계열사인 제일합섬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레이는 제일합섬이 계열분리로 삼성에서 떨어져나가 설립된 새한과 1999년 6 대 4로 합작투자, 도레이새한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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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0년 새한그룹이 워크아웃을 맞게 된 뒤 새한 지분 중 30%가 순차적으로 일본 도레이로 넘어갔다. 2008년 웅진그룹이 새한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10%도 도레이로 흡수됐다. 도레이는 지분 전량을 보유하게 된 뒤 2010년 5월 사명을 ‘도레이새한’에서 ‘도레이첨단소재’로 바꿨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2000년 6961억원이던 총 자산은 2010년 1조161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325억원에서 1조1864억원으로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320억원에서 2001억원으로 6배 이상 치솟았다. 반면 부채비율은 129.9%에서 26.5%로 낮아지는 등 기초체력이 탄탄해졌다. 합작법인 출범 첫해인 1999년 적자 380억원, 부채비율 500%였던 것에 비하면 10여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투자는 힘…이익 재투자로 글로벌 사업 확대

업계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의 성장 요인으로 일본 도레이의 전폭적인 지원과 안정적인 노사관계 등을 꼽고 있다. 특히 도레이 측의 지원 아래 이익을 과감히 재투자한 것이 최대 원동력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매출액의 25%에 이르는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중·장기 비전에 맞춰 탄소섬유 사업뿐 아니라 기존 필름과 IT소재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부직포사업의 글로벌화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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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이첨단소재는 탄소섬유 공장 증설과 신사업 부지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구미 국가산업 제5단지 내 75만9000㎡(23만평) 규모의 부지에 향후 10년간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를 경상북도,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체결했다. 내년 초부터 탄소섬유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아시아의 생산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탄소섬유의 국산화가 이뤄져 안정적인 국내 공급체계도 구축하게 된다.

폴리에스터 필름 공장도 연산 16만t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 시설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광학용, 이형용 폴리에스터 필름 공장 증설에 1500억원을 들여 올해 상반기 연산 2만t의 이형전용 폴리에스터 필름을 공급한다.

이미 아시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부직포사업의 글로벌화에도 힘을 더한다. 이미 중국 자회사인 도레이폴리텍난퉁에 1700억원을 투자, 연산 5만7000t 규모의 위생재와 의료용 부직포 공장을 증설했다. 지난해 5월에는 총 700억원을 들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탕그랑에 연산 2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를 통해 고급 위생재용 스펀본드 부직포를 내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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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사장은 올 신년사에서 “기회 창출로 지속 성장을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위기관리 경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체질을 강화하며 △혁신과 도전의 창조적 기업문화를 구축해갈 것 등을 주문했다. 이 사장은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차별화 제품 공급을 확대하자”며 “신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더불어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및 인수·합병(M&A)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일본 도레이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1999년 도레이새한의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이래 13년째 최고경영자(CEO)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 사장이 현장에서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폭넓은 시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본사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20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의 비전을 마련했다. 올해는 매출 1조5000억원·영업이익 2000억원, 2015년엔 매출 2조5000억원·영업이익 3600억원을 각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총 2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력인 필름사업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키워가고, 탄소섬유, 수처리와 태양광, 2차전지 등 환경에너지 사업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