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이었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마르키트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채권 가격을 나타내는 ABX지수는 올 들어 14% 급등했다. 사실상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미국 주택경기가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높아지는 위험 성향

최근 뉴욕 Fed(미국 중앙은행)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보험회사 AIG를 구제하며 사들인 모기지채권(MBS)을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130억달러였다. 뉴욕 Fed는 이를 통해 60억달러의 차익을 남겼다. 골드만삭스 등도 이 채권을 다시 헤지펀드, 연기금 등에 팔아 두둑한 이익을 챙겼다. 뉴욕 Fed와 투자은행들이 수익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채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터부시하던 서브프라임 채권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다.

서브프라임 채권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믿음에서다. 주택버블 붕괴 후 가격이 33% 빠진 상황에서 더 이상 나빠질 여지가 없다는 계산이다. 서브프라임 채권 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져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싸진 상태다. 높은 이자수익률을 즐기면서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길 기다리자는 게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살아나는 주택시장

미국 주택시장 지표가 잇달아 개선되자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2월 주택시장지수(HMI)는 5개월 연속 상승, 2007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단독주택시장에 대한 건설업계의 신뢰감을 나타낸다. 기준치 50을 넘으면 경기 호전, 50에 미달하면 그 반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0년대 중반 70대를 기록하던 이 지수는 2007년부터 급속히 떨어져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는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졌다. 그후 작년 상반기까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0월부터. 2011년 9월 14에 불과하던 지수가 10월부터 매달 3~4포인트 오르더니 올 2월에는 4포인트 오른 29까지 올라간 것이다. 5개월 사이 지수가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배리 루텐버그 NAHB 회장은 “최근 신규주택 착공 등 다른 주택관련 지수들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서브프라임 채권은 여전히 부실자산(toxic asset)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찬드라 바타차리아 크레디트스위스 전략가는 “만약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치거나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서브프라임 채권 가격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빌려준 담보대출을 기초로 설계된 채권인 만큼 시한폭탄과 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크로 NAH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HMI는 여전히 기준치인 50을 크게 밑돌고 있고, 압류주택 수가 신규 착공 주택 수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