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53만6000명이 늘었다는 엊그제 통계청 발표는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극도로 나빠져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나라가 곧 망할 것 같다는 사회의 통념과는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온갖 저주 속에서도 우리 경제에 일자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50~60대 장년층엔 약 6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20대 청년층 일자리도 우려보다는 그다지 악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고용은 경기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후행지표이며, 제조업 일자리가 11만개나 줄고 리스크가 큰 자영업자는 대폭 늘어 고용의 질(質)이 나빠졌다는 지적도 틀린 게 아니다. 3%대 저(低)성장으로 고용 서프라이즈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기에 고용지표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는 부정적 일색이다.

그럼에도 고용지표는 한국 경제가 마냥 위축돼온 것만은 아니라는 방증으로 삼을 만하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과도한 집단비관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과잉 속에 여야 정당들은 현실을 지옥으로 묘사하는 데 급급하다. 더구나 상대 당(黨)이 집권하면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선동하기 일쑤다. 극소수의 극단적인 사례를 전체의 일인 양 호도하는 게 표에 목숨을 건 정치인들의 행태다.

경제는 심리인데 과도한 비관론을 주입해 생기지도 않을 비극까지 예언대로 현실화하려 든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까지도 멀쩡한 시장을 불의가 판치는 무법천지로 규정하고 개입하려 달려드니 비관론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이런 자기암시, 자기총족적 예언과 주술은 국민들의 정상적인 경기예측과 현실적인 대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총선에 앞서 경제가 망하고 있다는 집단 최면 걸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