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맹점 票 얻으려 反시장적 입법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9일 통과시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결정권을 사실상 정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개정안 18조 3의 3항은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실제 시행되면 금융위는 중소 가맹점 범위와 수수료율까지 전부 결정하게 된다. 현재 연매출 2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159만곳으로 전체 가맹점의 71%에 해당한다. 이들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6~1.8%인데 1.5%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여야의 총선 공약이다.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가맹점별 차등 금지 규정에 따라 전반적으로 일원화될 전망이다.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개정안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과 관련한 사항은 금융위가 시행령이나 규칙 등에 따라 정하게 된다.

국회 정무위가 여전법 개정안을 의결한 표면적인 이유는 신용카드 이용 증가에 따른 혜택이 카드사 등 대기업과 소비자에게 주로 돌아가고 중소 가맹점들의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득표 욕심’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222만6000여개 가맹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가맹점주들이 수만명씩 모여 집회를 여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 여야 대표 모두가 수수료율 인하를 약속해왔다.

금융위는 여전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결정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중소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정하는 데 있다. 법조계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등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카드업계도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등을 들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위적으로 낮춰지면 카드사들이 매출 규모가 작은 소규모 가맹점을 의도적으로 제한해 역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 수익을 내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카드 대출에 더 매진할 가능성도 높다.

여론이 사나워지자 여전법 개정안을 의결해 본회의로 넘겨야 하는 법사위가 눈치작전을 하고 있어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표도 중요하지만 역풍이 거센 데다 이번에는 금융노조에서도 결사반대를 외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