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14시간 조사…'돈봉투 의혹' 일부 시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60)이 14시간가량 강도높게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김 전 수석은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과 안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등 기존에 비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혐의는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15일 김 전 수석을 불러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하도록 하고,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54·구속기소)이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네 당협 간부들에게 뿌리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를 캐물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74)에게 이를 보고했는지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범행 은폐를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검찰에서 허위진술할 것을 강요했는지 등도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수석이 담담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갔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후 오후 11시45분께 청사를 나섰다. 그는 “박희태 의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보고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질문이 이어지자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다. 가족들은 죄가 없다”며 답을 피한 후 차를 타고 떠났다.

김 전 수석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고 의원과 일면식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일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대 직후 고명진 씨로부터 고 의원실에서 돈 봉투를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고, 그 직후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있다고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와 박 전 의장에 대한 소환 여부 및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돈봉투 살포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다”고 말하는 등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박 전 의장에 대한 조사까지 마친 뒤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51) 등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고 이르면 다음주 중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