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쏟아내는데 수혜자는 도대체 누구?
여야 정치권이 올해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수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저소득층’의 기준마저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묻지마’식 복지 수혜자 선정

민주통합당은 지난 13일 장애인 공약으로 ‘소득 하위 56%의 중증장애인’에게 주고 있는 장애인연금을 2017년까지 ‘소득 하위 80%의 중증장애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애인연금 대상을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인 계층에서 대략 ‘최저생계비의 180% 이하’ 계층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33만명에서 47만명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그러나 장애인연금을 ‘최저생계비의 180%’까지 늘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의 200% 미만인 계층에 대해 임대료 일부를 정부가 지급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누리당 역시 주택 지원을 받는 대상이 ‘최저생계비의 200% 이하’로 정해져야 하는 까닭을 밝히지 않고 있다.

5세까지 무상보육 실시, 초·중·고 무상급식 등에서는 아예 소득 제한 기준조차 없다.

◆정부도 저소득층 지원 제각각

정부가 시행 중인 복지사업의 수혜 기준도 제각각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치른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복지 요구가 무원칙하게 관철됐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는 차상위 계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계층에 대해서는 정립된 개념조차 없다. 대략 차차상위 계층은 최저생계비의 120~150%, 중산층은 140~420%(중위 소득의 50~150%) 정도로 보고 있다.

예컨대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정’에 사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은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저소득가구 노숙인 등의 취업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은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사망 중병 등으로 생계 유지가 곤란해진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울산 구미 등 일부 지자체가 시행 중인 초·중학교 무상급식은 최저생계비의 160% 이하에게, 서울시와 SK플래닛이 공동으로 저소득층 미취업자에게 모바일 앱 개발 교육을 지원하는 대상은 최저생계비의 170% 이하가 대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별 사업마다 복지사업 대상이 중구난방”이라며 “사업의 특성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적당하게 대상자를 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명확한 복지 기준 제시해야”

전문가들은 복지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혜 계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선 복지를 중산층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며 “정부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말만 할 뿐 복지 수혜 계층을 어느 정도까지 늘릴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정부가 보호하려는 사각지대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정치권의 말도 안 되는 복지 요구에 수세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정책을 만들 때는 누구를 어느 정도까지 보호·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져 만드는 포퓰리즘적 복지는 정책적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