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휘트니 휴스턴
흔히 말한다. ‘소년등과·중년상처·노년궁핍 같은 불행이 없다. 소년등과는 더하다.’ 일찍 출세하거나 유명해진 데 따른 재앙은 연예인에게 유독 많이 닥친다. 하루아침에 정상에 올랐던 이들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등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그만 세상을 등지는 경우다.

멀게는 이소룡, 엘비스 프레슬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가깝게는 마이클 잭슨과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등이 있다. 잭슨은 수면제 프로포폴 과다 복용, 레저는 진통제·신경안정제·수면제·항우울증제의 동시 복용으로 인한 급성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와인하우스도 마찬가지.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바쁜 스케줄, 극성스런 보도로 인한 사생활 상실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 인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정도다. 밀리는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잠을 쫓고 피곤을 이기려 손을 댔다 그만 중독에 이른다는 설도 있다.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이 사망했다. 만 48세. 1950년대 서부극의 명수인 클린트 이스트우드(82)가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하는 건 물론 PGA 해설까지 맡는 걸 감안하면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기막힌 나이다. 정확한 사인은 6~8주 뒤에 나온다지만 신경안정제 과다복용 탓인 것으로 전해진다.

휴스턴은 1985년 데뷔 이래 여성가수론 세계에서 가장 많은(415회) 상을 받은 슈퍼스타다. 영화 ‘보디가드’(1992)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와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싱글앨범 등 그동안 팔린 음반만 1억7000만장에 달한다.

그런 그도 30대 후반인 2000년을 고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뼈만 남은 듯한 상태로 등장, 먹지도 못하고 코카인 대마초 등 약물에 중독돼 있다고 고백하더니 2007년 남편과 이혼한 뒤엔 섹스 동영상 파문을 일으킬 정도로 망가졌다. 2009년 새 앨범을 내고 재기하는 듯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산 지경이란 소문까지 나더니 결국 안타까운 삶을 마감했다.

전해지는 대로라면 소년등과 중년이별 노년(?)궁핍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셈이다. 영원한 사랑은 노래에만 있는 걸까. 사망 소식과 함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착잡하다. 어쩌랴. 에밀리 디킨슨의 말로 달랠 수밖에. ‘어떤 이의 가슴이 부서지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