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변화 속도 맞춰 인성교육 제대로 해야"
“미디어 생태계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인간의 심성도 즉흥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치원생도 아이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시대가 됐죠. 미디어 접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원로 방송인이자 정치인인 강용식 21세기방송통신연구소 이사장(73·사진)은 14일 서울 역삼동 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사람들의 의식보다 앞서 가고 있어 전문가들도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라며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자타공인 한국 방송계의 산 증인이다. 1964년 TBC 기자로 입사한 그는 KBS로 합병된 뒤 초대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현업에서만 21년간 일했고 12·14·15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방송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1988년 문화공보부 차관으로 민영방송 SBS의 탄생에도 관여했다.

“방송 현장에서 오래 일하고 국회와 정부에서도 방송 정책을 총괄했죠. 지상파 방송에서 출발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으로 방송환경이 변할 때마다 직접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경력을 살려 한 우물을 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1992년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방송 관련 연구소를 만들었어요.”

20여명의 교수를 초빙해 매월 세미나를 개최하고 분기별로 연구성과를 정리한 책을 발간하고 있다. 미국 의회방송 같은 채널이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연구로 국회방송 탄생에도 기여했다.

오는 5월엔 20주년을 기념해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라는 책을 내고 관련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미디어 환경을 방송과 통신으로 구분하기보다 미디어 생태계로 봐야 합니다.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죠. 어떤 이슈에 대해 깊은 생각 없이 댓글을 달고 와글와글하는 댓글세대가 늘었는데 미디어 변화에 따른 인간 심성 연구가 뒤따라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미디어 교육을 강조해요. 우리도 정부가 학생들에게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이미 채널이 수백개가 된 상황에서 종편 4곳이 동시에 출범해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는 어렵다”며 “종편이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는 한 당분간 시청률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례대표로 3선 의원을 지낸 그는 최근 정치권의 급격한 포퓰리즘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정치 변혁의 시대가 도래했어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정치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봐야죠. 정치를 대하는 수단이 신문과 방송 뉴스 중심에서 ‘나는 꼼수다’ 등 1인 미디어로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정치권은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을 때도 인기와 표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가 정치를 할 땐 지역구 의원만으로는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뽑았어요.”

서울마주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윈스턴 처칠이 ‘대영제국의 수상이 되기보다 런던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준 후배 덕분에 1999년 마주가 됐고 3년 전에 서울마주협회장이 돼 경마에 올인하고 있다”며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마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