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긴축안이 통과되는 등 유럽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자 프랑스와 벨기에가 지난해 8월부터 금지해온 금융주 공매도를 다시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벨기에 금융당국은 작년 8월 시작된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시장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지난해 재정위기 확산으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되자 금융주 공매도를 금지해왔다. 이번 조치로 프랑스에서는 BNP파리바와 소시에떼제너럴, 악사(AXA), 크레디 아그리꼴, 나타시스 등에 대한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됐다. 벨기에는 다만 공매도를 다시 허용하는 대신 이를 당국에 보고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일시적 안정을 찾고 있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상황이 좋지 않아 낙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로존은 제2의 그리스 등장을 막기 위해 현재 1조유로 정도를 지원자금으로 준비하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4400억유로와 유로안정화기구(ESM) 5000억유로 등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1월 말 특별정상회의에서 ESM을 올해 7월 조기 출범시키기로 했다. 올 하반기부터 이미 운용되고 있는 EFSF와 함께 ESM을 동시에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도 2500억유로의 지원금을 책정해놓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동성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금리의 장기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1차 대출에 523개 은행이 몰려 4890억유로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유로존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을 도입하는 등 더 높은 방화벽을 쌓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채 상환이 가능한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국가들까지 비정상적인 자금조달 비용으로 인해 지급불능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정위기국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가운데 가장 위험한 국가는 포르투갈이다. 로이터통신은 포르투갈 경제가 악화되면서 2차 구제금융설이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투갈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은 -3.0%로 그리스(-2.8%)보다 더 나쁘다.

전설리/김희경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