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1차 합격자 등록률이 높아지고 상위권 대학에서는 하향 안정 지원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의 ‘쉬운 수능’ 기조 유지 방침에 따라 예년보다 재수를 선택하는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입시분석기관인 이투스청솔과 각 대학에 따르면 건국대(서울 캠퍼스)가 2012학년도 정시 1차 합격자 등록을 지난 10일 마감한 결과 등록률이 81.06%로 지난해(73.68%)보다 7.38%포인트 높아졌다. 수시 및 정시모집 인원 총 3400명 가운데 2756명이 등록을 마쳤다. 이 대학의 정시 1차 등록률은 2008학년도 56.9%, 2009학년도 58.9%, 2010학년도 69.1%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김진기 건국대 입학처장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역별 만점자 1%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로 하는 등 쉬운 수능 출제 방침을 발표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재수를 기피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능시험이 쉽게 나오면 재수생보다는 재학생이 유리하다. 건국대는 미등록 인원에 대해 오는 22일까지 추가모집을 받는다.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에서는 ‘일단 붙고 보자’ 식의 수험생들의 하향 안정 지원 경향이 예년보다 두드러져 정시 1차 추가합격선이 크게 내려간 것으로 분석됐다.

이투스청솔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 경영대 커트라인이 각각 331점(337점 만점)과 490점(500점 만점)으로 수능성적 상위 1.3% 학생들이 합격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년의 경우 연·고대 경영대에 합격하려면 수능 성적이 상위 0.3% 안에 들어야 했는데, ‘안전 지원’으로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서 하향 지원했다는 얘기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상무는 “재수생에게 불리한 쉬운 수능 방침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에서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쉽게 출제됐던 올해 수능에서 상위권을 중심으로 동점자가 급증한 것도 재수 기피 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반수(半修·대학에 다니면서 하는 재수) 증가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