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덮친 한파가 2주일째 이어지면서 다뉴브강이 27년 만에 얼어붙었다. 중동부 유럽 지역 핵심 물류수단인 내륙 운하가 마비되면서 곡물과 건축자재, 석탄 등 물류대란 공포가 유럽을 덮쳤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12일 “오스트리아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길이 2860㎞의 다뉴브강이 1985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 결빙되면서 헝가리와 불가리아 지역에서 선박 운항이 전면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다뉴브강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10개국을 지나면서 이들 국가의 운송, 전력, 관개 등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다뉴브 운하는 독일의 라인·마인 운하와 연결돼 서유럽에 각종 건자재와 석탄, 목재 등을 공급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상당수도 마인·다뉴브 운하를 통해 서유럽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이번 추위로 이 같은 기능들이 거의 마비됐다.

랑 이슈트반 헝가리 국가기술감독소장은 “강이 꽁꽁 얼어붙어 지난 9일 밤부터 헝가리 수역 내 다뉴브강의 선박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헝가리에 앞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등도 다뉴브강에서 선박 운항을 중단했다.

이미 크로아티아 북동부 지역의 다뉴브강 연안에선 곡물을 실은 선박 수백척이 얼어붙은 강 위에 갇히는 사고도 생겼다. 일본 NHK방송은 “이번 사고로 크로아티아 북동부 지역 일대의 곡물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루마니아 남부 지우르지우 항구에선 결빙으로 30여척의 선박이 이틀째 운항을 못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다뉴브강에서 선박을 통해 운송하던 철광석 등을 모두 자동차와 항공기를 통해 운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추위와 관련, 쇄빙선과 화물선 관계자들은 “1985년 이후 이렇게 많은 얼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다뉴브강 결빙으로 내륙해운 부문에서만 피해액이 수백만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옛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 경제권이 다뉴브 운하에 기대는 비중이 막대했던 만큼 지역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유럽 지역에선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550명을 넘어섰다.

김동욱/장성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