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수입차 딜러, 짐싸서 강북 간다는데
서울 강남 도곡동에서 벤츠 딜러로 일했던 백모씨(45)는 지난해 초 BMW 강북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강남은 수입차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도 고객을 잡기 어렵다”며 “강북으로 옮긴 뒤 강남에 있을 때보다 매달 한두 대 이상은 더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차 소비지도가 바뀌고 있다. 수입차의 최대 수요지였던 서울 강남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경기, 부산의 비중이 낮아지고 인천, 대구가 수입차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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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의 수입차 등록 대수는 9851대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반면 강북지역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서울 전체 판매량은 2만2000여대로 전년보다 오히려 1000대가량 늘었다. 전년 대비 수입차 등록 대수 증가율이 높은 곳은 강동(40%) 동대문(33%) 성북(29.6%) 마포(27.7%) 강서(19.2%) 등 강동구를 제외한 강북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팔린 수입차 중 절반 이상이 강남에서 판매됐는데 갈수록 비중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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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등포, 구로 하면 소득 수준이 낮아 외제차와 거리가 먼 동네라고 여겨졌는데, 요즘엔 수입차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비중이 축소되는 가운데 인천과 대구가 수입차 시장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수입차 등록 대수 중 서울 비중은 2009년 25.1%에서 2010년 23.3%로 줄었고 지난해는 21%대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인천은 2009년 1315대에서 2010년 3286대, 지난해 6353대로 매년 2배씩 급증했다. 대구도 2009년 등록 대수가 1322대로 인천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10년 3176대, 지난해 4957대로 5000대에 육박했다. 리스 등 법인고객이 대부분인 경남은 지난해 수입차 등록 대수 비중이 35%로 최대 수입차 시장의 자리를 지켰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