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과학도 1200만명 '기술인력 산실'…글로벌 기업 R&D센터 3300개 집결
베이징 등 중국 각 지역에 세워진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센터는 작년 말 기준으로 3300개가 넘는다. 중국 정부가 1998년부터 세금을 깎아주며 외국회사의 R&D센터 설립을 유도하긴 했지만 매년 46%씩 늘어난 것은 눈길을 끌만하다. 게다가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R&D센터를 설립하거나 확장할 때 가장 우선 순위를 두는 국가로 중국이 꼽혔다. 고급인재 육성전략이 결실을 맺으며 단지 거대 시장에 불과했던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R&D센터의 허브로 부상 중이다.

◆기술인력 인해전술

공학·과학도 1200만명 '기술인력 산실'…글로벌 기업 R&D센터 3300개 집결
글로벌 R&D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대학생·대학원생 수는 약 3000만명에 달한다. 본격적인 고등교육 인력 확대 조치가 이뤄지기 전인 1998년의 780만명에 비해 3.8배나 늘었다. 이 중 40.8%인 1224만명의 전공이 공학과 과학분야다. 반면 유럽의 대학·대학원생 수는 1700만명이지만 공학도의 비중이 15%인 2만5000명밖에 안 된다. 미국도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생 1600만명 중 공학과 과학분야의 학생 비중은 학사가 17%, 석사가 13%에 그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G 윌 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은 “중국에서는 한 해에 630만명의 대학졸업자가 배출된다”며 “다수의 고급인력을 빠른 시간에 고용해 연구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중국과 인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히타치 등은 1990년대에 이미 핵심 연구센터를 중국에 설립했다. 노바티스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상하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 엘리릴리 등은 아예 서방에 있던 R&D센터를 중국으로 이주시켰다. 이들 R&D센터의 현지 인력 채용률은 약 95%에 이른다.

몬세프 살로우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연구개발담당 대표는 “중국은 박사급 연구인력을 미국의 10분의 1 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이 풍부하다”며 “조만간 생산대국이 아니라 개발강국이란 이미지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과제도 단순한 현지화 기술이 아니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개발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 있는 R&D센터에서 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지난해 각각 베이징과 상하이에 디자인센터를 개설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중국 선진기술센터를 만든다. 류닝(劉寧) BDA컨설팅 매니저는 “많은 외자기업들이 중국에 연구센터를 세웠지만 실제 중국에서 행해지는 연구는 본국에 비해 수준이 낮았다”며 “그러나 중국시장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개발역량이 강화되고 있어 중국 중심의 연구개발체제를 갖추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국경 없애는 중국

영국인 로스 맥칼리스터 씨는 국영회사인 중국화공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재직 중이다. 영국의 컨설팅업체에서 파트너로 일하다 2008년 스카우트된 그는 중국 기업의 정보화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최근 맥칼리스터처럼 중국 경제에 공헌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기 위해 26년 만에 출입국 관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외국 인재를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뇌의 의사전달과정을 연구하는 탄리하이 홍콩대 교수에게 4700만홍콩달러(67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그는 중국정부의 연구개발자금을 받은 뒤 “중국이 과학기술에서 국경선을 없앴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외국인들이 과학기술과 국영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핵심인재들이 받는 보수도 미국 못지않다. 상하이시의 경우 지난해 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전문가는 2005년에 비해 33% 증가한 8만명에 달한다. 상하이시는 2020년까지 이들 인원을 16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