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드 컨퍼런스' 특별강연, '나가수' 음원시장 판세 뒤 바꿔
-음악적 소품에 의존하면 K팝도,한류도··· 장담 할 수 없어


[MICE News] 나가수 '저승사자' 장기호, "창의적 시도가 대중음악 견인해야"
"대중음악의 뿌리를 다져야 합니다. 지나치게 소품에 의존한다면 K팝도, 한류도 미래를 장담 할 수 없게 돼겠죠. 세계인이 인정하는 대중음악가를 키워야 합니다."

장기호(사진) 서울예술대학 교수는 지난 8일, 서대문구 연세대공학관에서 열린 '케드 컴퍼런스(KED CON:The Korea Economic Daily Conference)'에 참석해 '대중음악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며 대중음악이 나아갈 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장교수는 가수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가 순위를 발표하는 자리가 카메라 뒤쪽에 어두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장교수는 "한때 '까도남(까칠한 도시의 남자)'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적이 있다"며 "사실 굉장히 부드럽고 낭만적인 사람인데 '매멘토 전개'의 희생양 인것 같다(웃음)"고 이미지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매맨토란 영화에 많이 쓰이는 전개 기법중 하나다. 처음에는 부분 편집된 장면만 보여줘 관객들의 호기심과 의문을 증폭시키고 결국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하나씩 그 의문이 풀리게 만드는 전개 방식이다. 내노라하는 가수들의 순위를 발표하며 다소 딱딱한 이미지로 보이지만 화면속 일부분이 인간 '장기호'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견해란 점을 강조하며 '나가수'의 성공요인을 일곱 가지로 요약했다. 장 교수는 '나가수'의 성공요인으로 △처음 시도하는 엉뚱한 아이디어의 개입 △막대한 하드웨어 투자 △가수와 제작진 간의 보이지 않는 협력 △대중의 비판과 제작의도 사이의 유연성 △자문위원제를 통한 합리적 상황대처 △제작진 간의 소통 △다양성과 발전성 등을 꼽았다.

가수란 단순히 '이름 값' 정도나 정량화된 '앨범 판매량'으로 평가될 수 없는 무한가치를 지닌 대중음악가란 점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장 교수의 견해다.

장 교수는 "자문위원들의 평가와 대중들의 생각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막상 공연이 끝나고 나면 예상 순위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더욱 흥미로울 뿐 아니라 대중음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MICE News] 나가수 '저승사자' 장기호, "창의적 시도가 대중음악 견인해야"
그가 생각하는 대중음악이란 무엇일까. 장교수는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이 꼭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음악적 가치보다 지나친 소품에 의존하는 '히트 송'이 대중음악으로 상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이것이 지켜졌을 때 대충 만든 음악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주제를 제시하고 발전, 전개, 재현의 요소를 풍분히 담아 내야만 좋은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일관된 주제가 좋은 대중음악을 구별하는 핵심이란 얘기다.

국내 대중음악의 부실한 뿌리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전자악기 음이 처음 울렸던 계기가 "6.25 전쟁 때"였다며 만약 그때 음악을 만드는 법이 함께 들어왔다면 우리 대중음악은 한층 발전을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전했다. 이미 그때 부터 모방과 표절이 우리 대중음악의 시초인것 처럼 자리잡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최근 한류와 K팝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핵심을 바로 보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이 노래를 잘 하는 획일화 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개성과 가치를 내포한 창의적 인재를 발굴한다는 점도 그의 설명을 뒷바침 한다.

한류와 K팝의 상징이 아이돌로 국한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그는 "'월드스타'가 아닌 세계적인 '대중음악가'를 키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나가수' 초창기 아이돌이 주도하던 국내 음원판매 시장의 판도가 50%이상 달라졌다"며,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능력이 우리 대중음악의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인만큼 이제는 우리의 음악과 뮤직비즈니스도 체계적인 양성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호 교수는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데뷔한 이후 그룹 '빛과 소금' 등 다양한 음악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지성파 뮤지션으로 현재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나가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편, 한경아카데미(http://ac.hankyung.com)가 주최한 이 컨퍼런스는 성공한 인물의 비결과 전략, 삶의 이야기 등을 공유하는 공개특강 행사로 매월 한 차례씩 화제의 인물을 초청해 열리고 있다.

한경닷컴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