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착한 돈'이 내게로 와 '나쁜 돈' 됐나"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8·사진)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4)는 “1심은 곽 교육감 봐주기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1심에 감사하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과 곽 교육감 모두 항소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곽 교육감의 형이 1심(벌금 3000만원)보다 가중될 가능성도 있어 항소심의 향후 판단이 주목된다.

6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동오)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모두 1심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검찰은 모두진술을 통해 “1심은 곽 교육감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실제로는 벌금형을 선고한 반면, 박 교수에게는 실형을 선고하는 등 형평을 잃었다”며 “특정 인물(곽 교육감)을 봐주기 위해 균형감각을 상실한 원심이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실무진의 금품 제공 합의 사실을 몰랐다 해도 최종책임자로 결국 2억원을 박 교수에게 준 이상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며 “곽 교육감처럼 2억원을 주고도 벌금 3000만원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앞으로 제3자를 내세워 후보자를 매수하면 된다는 지침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 중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박 교수도 1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데 모두진술 대부분을 할애했다. 박 교수는 “1심은 곽 교육감이 선의로 2억원을 내게 줬다고 판단했는데, 곽 교육감에게서 선의로 나간 ‘착한 돈’이 내게 와서는 악의의 ‘나쁜 돈’이 됐다며 내게만 중형을 선고했다”며 “1심은 곽 교육감에게 유리한 진술만 주요 증거로 삼는 등 사실을 과장하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선거 후 나를 토사구팽했고, 사술적 기교로 기만해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며 곽 교육감에 대한 유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은 다른 반응이었다. 곽 교육감 측 변호인단은 “검찰은 곽 교육감이 거액의 돈을 줬으므로 대가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입증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곽 교육감은 무죄이고, 유죄라도 선고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 본인은 “다행히 1심에서는 저에 대한 사실 대부분을 받아들여줘 감사하다”며 “잡아떼지 못하는 성미라 늘 진실로 임했고, 항소심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대가로 박 교수에게 지난해 2~4월 2억원을 주고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직 제공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2억원의 대가성을 인정했으나 곽 교육감에게 벌금형 3000만원을 선고했으며, 곽 교육감이 바로 직무에 복귀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곽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선고와 대법원 확정판결은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내에 이뤄지게 돼 있어, 항소심 선고는 오는 4월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곽 교육감은 직을 상실한다. 다음 공판은 20일에 열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