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MLCC 치킨게임' 끝이 보인다
글로벌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기와 무라타, 다이요유덴 등 일본 전자부품 업체간 치킨게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세계시장 2위인 삼성전기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을 주도하던 일본 업체들이 엔고와 누적된 적자로 연달아 사업을 접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MLCC는 전자기기 회로에 적당한 전류가 흐르도록 조절해주는 기능을 하는 부품으로 TV 스마트폰 등 모든 전자기기에서 필수적으로 쓰인다.

삼성전기 고위 관계자는 9일 “MLCC 업황이 좀 나아지고 있다”며 “치킨게임이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LCC 생산을 맡고 있는 삼성전기 칩부품(LCR)사업부의 매출은 지난해 4분기 3990억원으로 전년 동기(3980억원)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지난해 2,3분기 역성장하던 기조가 돌아선 것이다.

삼성전기가 2위로 등극한 2008년 이후 일본 업체들은 본격적인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며 치킨게임을 주도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세계경제 불황, 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자 업계 3위인 일본의 다이요유덴이 값을 공격적으로 낮추면서 2010년 0.0032달러이던 가격(삼성전기 수출가 기준)은 지난해 3분기 0.0025달러로 22%나 급락했다. 2007년 가격 0.0073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모든 업체들의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6% 줄었고 엔고까지 겹친 일본 업체들은 줄줄이 적자를 냈다.

가격 경쟁을 주도한 다이요유덴은 지난해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 6~10위권이던 일본의 롬(Rohm)과 파나소닉전자부품(PED)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MLCC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업체들의 매출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삼성전기는 4분기 회복세를 보였다”며 “일본 업체들이 가격경쟁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늦어도 2분기 중 치킨게임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최근 MLCC 값이 오르지는 않지만 인하 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면서 “수익성 악화로 일본업체들도 더 이상 가격 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MLCC 1위 업체는 점유율 32%(2010년 기준)의 일본 무라타이며 삼성전기는 점유율 20%로 2위 업체다. MLCC는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이다. 2010년 삼성전기 칩부품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3%였으나 영업이익 비중은 35%에 달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