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투자지분 팔고 사업 구조조정…최대 7조 자금 확보
포스코는 지난해 말 호주 대형 철강사인 원스틸 인수를 검토했다.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 철강원료를 바로 조달할 수 있는 광산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그런데 돌연 검토 작업을 중단했다. 3조~4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이 부담돼서다. 호주 외에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소규모 철강업체 인수를 추진했으나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막대한 추가 투자비 때문이었다.

◆신용등급 ‘A’를 사수하라

포스코가 잇달아 M&A(인수·합병)를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부족해진 탓이다. 2010년까지 7조원대에 이르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올 들어 2조원대로 줄었다. 영업이익 규모도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통상 6조원 안팎을 유지해온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시황 악화와 공급과잉으로 철강재 판매가 줄고 제품 가격이 떨어져서다. 부채비율은 점점 높아졌다. 2009년 54.5%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92.4%로 배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렇자 포스코는 투자비까지 줄였다. 올해 철강과 소재 사업에 4조5000억~5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 투자액 5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11~21%가량 감소한 규모다.
포스코, 투자지분 팔고 사업 구조조정…최대 7조 자금 확보
포스코가 M&A를 미루고 투자비까지 줄이면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신용등급 때문이다. A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신일본제철과 아르셀로미탈 등 다른 글로벌 철강사들의 신용등급은 이미 지난해 B등급으로 떨어졌다. 전 세계 고로 철강사 중 유일하게 포스코만 아직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해부터 현금성 자산 감소와 부채비율 상승으로 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등급 하향 조정 압박을 받아왔다. 포스코가 결국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더 하락하면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5조~7조원 차입없이 확보할 듯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3일 CEO(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차입없는 투자로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이 이번에 확정한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이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IPO)와 상장 계열사 주식 매각, 단순 투자주식 매각 등으로 짜여진 이유다.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일부 투자주식과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차입없이 대규모 현금을 확보, 투자비와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별도로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를 추가로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달부터 앞으로 2년여에 걸쳐 상장 계열사와 타기업 투자주식 매각,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며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외부 차입 없이 5조~7조원가량을 내부에서 조달해 재무건전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교통정리도 박차

포스코는 경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계열사 교통 정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ICT는 이달 초 원자력과 화력 발전정비 등의 사업을 해온 계열사 포뉴텍의 주식 400만주를 400억원에 인수했다. 지분율 100% 자회사로 편입해 발전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AST는 다른 계열사인 대명TMS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그룹 운영체계 효율화를 위해 중복 사업을 교통정리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엔 포스코가 자회사 포스코이앤이의 지분 430만주 전량을 발전전문 자회사인 포스코파워에 넘겼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통합경영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복사업과 조직 등에 대한 교통정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9일 오후 3시11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