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행지수 '바닥 탈출' 신호…은행株 투자심리 다소 개선될 듯
작년 은행권 순이익은 1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주가는 한 해 동안 영 재미가 없었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대외 환경이 불안했고 대내적으로는 사회 공익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금융 규제에 대한 우려가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규제에 따른 저성장 진입과 낮아진 수익성, 규모와 상환 부담 측면에서 높은 가계부채, 자본력 대비 낮은 배당수익률 등도 은행주 저평가에 일조했다.

○올해 소폭 이익 감소는 불가피

올해는 글로벌 재정위기 우려가 상당부분 실물로 전이될 전망이다. 은행 대손충당금이 소폭이나마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율 규제가 지속되고 있고 은행들의 기업대출에 대한 대출 태도도 강화될 것으로 보여 대출 성장률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기 힘들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없는 한 순이자 마진이 떨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사회공헌을 둘러싼 논란이 은행권의 이자 및 수수료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은행 간 경쟁 강도 역시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따라서 은행 전체적으로 2011년 대비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해 발생한 현대건설 매각익 등 대규모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그 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5배 정도여서 감익된 수익성 대비로도 저평가된 수준이다.

○매크로 환경은 점차 개선될 듯

최근 들어 유로존의 국채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도 하락하는 등 유럽 리스크가 다소 완화될 조짐이다. 외국인 순매수가 대규모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환율이 급락하는 등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금융주에 집중되면서 은행주 역시 저점에서 20%가량 반등하고 있다. 과거보다 낮은 수익성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금융규제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가치평가 측면에서 은행주의 추가상승 여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는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은행 주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경기선행지수가 바닥권에서 벗어나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또 최근 환율 하락이 시스템 리스크 축소라는 점에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의 은행주 순매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호재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주가는 항상 선행성을 띠게 마련인데 올해 은행 순익에 대한 시장기대치가 이미 낮기 때문에 향후 실적이 투자자에게 실망감보다 기대감을 줄 공산이 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유동성 확대가 계속되면 결국 매크로 환경의 개선을 가져오고 은행 수익성도 예상보다 한 단계 상향될 여지가 크다. 최근 발표되는 유럽과 미국의 실물지표가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산업 재편 효과도 보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최종 승인됐다. 당장 현실화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우리금융 매각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산은금융지주는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의 산업 재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좋은 신호다. 은행 대형화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데다 영업 기반의 상호 보완 등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산업 재편으로 탄생하는 대형 은행은 확대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산업 전체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은행산업은 전통적인 내수산업이자 규제산업인데 대부분의 영업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강조되고 규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은행 이익의 상당부분이 해외 영업에서 발생하면 지금과 같은 과도한 규제 이슈가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규제 완화를 위해서라도 글로벌화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금융팀장 cuchoi@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