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팩은 민주주의 적"→"일방적 무장해제당할 수는 없다"

"미국 선거가 미국 국민의 결정이 아닌 강력한 이익집단이나 외국의 자금에 의해 좌우되면 안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미 연방대법원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특정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하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이를 강력히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는 이른바 `슈퍼 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출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금권선거 우려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그동안 피력해 왔다.

그러나 결국 오바마도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선거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6일 밤(현지시간) 지지자들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전직 보좌관 두 명이 만든 친(親)오바마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메시나는 "우리 선거캠프는 있는 그대로 법의 현실에 직면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슈퍼팩을 통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모금해 선거전에 뛰어든 현실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이 선거전에서 두 가지 다른 기준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면서 "공화당 후보는 무제한 지출의 덕을 보고,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당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동안 반대 입장 때문이었는지 친오바마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은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훨씬 적은 410만달러 정도의 자금만 지난해 모금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의 입장 변경이 비밀스러운 `돈줄'들에 의한 선거 개입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오바마에게 분명한 정치적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공화당 성향의 단체 `아메리칸 크로스로드'의 조너선 콜레지오 대변인은 "오바마와 그의 정치 보좌관들에 의한 뻔뻔하고 자기중심적인 입장 변화"라고 이번 입장 변화를 비난했다.

미국에서 슈퍼팩이 등장하게 된 것은 2010년 연방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기업이나 노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지출을 정부가 제한하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이 때문에 선거에 나서는 후보 주변에는 이른바 실탄창고 역할을 하는 각종 슈퍼팩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화당 경선에서도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우리의 미래를 복구하라(Restore Our Future)',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우리의 미래 쟁취(Winning Our Future)' 등의 슈퍼팩을 통해 엄청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