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 주부인 나금옥 씨(55)가 비상장사에 투자했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나씨가 투자한 하이비젼시스템은 이트레이드1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오는 14일 상장된다. 나씨는 10년 전인 2002년 5월 하이비젼시스템 설립 당시 9000만원을 넣은 후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 총 3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돈은 72억원(7일 평가액 기준, 지분율 7.79%)으로 24배 불어났다. 나씨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남편 정인술 씨는 “사람(최두원 하이비젼 사장)을 보고 투자했다”며 “10년 보유했는데 1년 더 못 들고 있겠느냐”며 당분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 믿고 투자”

정씨와 최 사장은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의 시스템IC사업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정씨는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 ‘CI센서’라는 이미지센서 벤처기업을 차렸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돌아가던 때에 직장 후배였던 최 사장이 찾아왔다. 하이비젼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자본금을 보태달라는 것이었다. 정씨는 “최 사장은 고생도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며 “능력과 성실함을 보고 아내와 함께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CI센서의 최대주주이자 사장이었던 정씨를 대신해 아내인 나씨가 하이비젼 설립 자본금 1억4500만원 중 9000만원(62.1%)을 투자했다. 그후 하이비젼은 일곱 차례 유·무상증자를 거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하이비젼에도 위기가 있었다. 카메라 모듈의 최대 수요처였던 암코가 문을 닫으면서 2008년 한 해에만 6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냈다.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기술력을 무기로 LG전자와 삼성전자를 거래처로 확보하며서 보기 좋게 재기했다.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열풍은 하이비젼에 날개를 달아줬다. 2010년 매출은 196억원, 작년엔 3분기까지만 2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씨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최 사장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6개월 이상 보유할 것

나씨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하이비젼 지분율(이트레이드1호 스팩과 합병 후)은 8.13%에 달한다. 정씨의 친인척 두 명은 지난 1월 말과 이달 초에 걸쳐 이트레이드1호 스팩 4만8919주(0.17%)를 장내에서 추가로 매집했다. 5% 이상 보유 주주로 내부자 정보 이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6개월 이상 보유한다는 생각에 사들였다고 한다. 정씨는 “카메라 모듈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기존 휴대폰 단말기뿐만 아니라 로봇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비젼이 올해 최소 600억원가량의 수주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올 매출 1000억원 목표도 거짓이 아닐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과 달리 나씨 지분은 보호예수에 묶여 있지도 않아 언제든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씨는 “10년을 보유했는데 1년을 더 못 들고 있겠느냐”며 “현금을 갖고 있으면 쓰기만 할 뿐인 데다 실적이 2배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지금 팔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CI센서를 서울전자통신에 매각할 때는 이렇게 차익을 내지 못했다”며 “하이비젼에 투자했다가 운이 따라줘서 큰 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스팩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기업 인수·합병(M&A)만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명목상의 회사다. 스팩 설립 후 공모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집하고 기업공개(IPO) 후 상장, 일정기간(3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