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기업 인재 부족 심각
물론 인재는 그나라 교육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독일은 비스마르크시대 이후 200년간 공교육 우위의 신념을 유지해왔다. 특히 독일식 직업교육 시스템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이공계 교육의 이상적 모델이었다. 독일이 자랑하던 제도의 한계가 이제 드러난 것이 아닌가라고 주간지 슈피겔은 전한다.
공교육에 대한 실망은 12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처음 제기됐다. 15세를 기준으로 치르는 이 테스트에서 독일 학생들의 수학 과학 실력이 OECD 평균을 밑돈 것이다. 독일 국민 전체가 깜짝 놀랐다.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기존 교육시스템이 하향 평준화만 만들었다는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이후 테스트에서도 평균보다 약간 높아졌지만 한국 등 수위권을 다투는 국가와 1년 이상 실력차가 여전히 존재했다. 이때부터 사립학교가 인기를 끌었고 보습학원에 학생들이 몰렸다. 보습학원이 창출하는 시장규모만 15억유로 정도라고 한다.
젊은 독일 부모들이 더 이상 자녀들을 직업학교인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에 보내길 원하지 않는 것도 공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은 자식을 대학으로 갈 수 있는 김나지움에 보내려 안간힘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 수도 많지 않은 독일 부모들이다. 자연스레 김나지움이 많이 생기고 대학 정원도 늘어난다. 독일의 대학정원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2배가 증가했다.
교육개혁 지체 기업이 떠안아
독일 지방정부는 공교육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회피하기위해 다양한 학교를 신설한다. 그래서 도시마다 학교체계가 아예 다르다. 실력차도 크다. 이런 혼란이 더욱 공교육의 불신을 초래한다.
지금 이 PISA 세대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세대의 실력에 대한 우려가 학부모들로부터 기업들로 전이되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신규사업에 인재부족이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재생에너지기술과 전기자동차 개발에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질까 노심초사한다.
변화와 개혁을 싫어한 독일식 교육제도의 실패가 결국 독일의 초조함을 낳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영미식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속에 독일식 교육제도가 많이 스며들어 있다. 국립대학의 법인화 과정에서 불거진 기존 교수들의 저항도 이러한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 안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시장 변화에 걸맞는 교육개혁이 지금 이뤄지지 않으면 그 후유증은 모두 기업들이 떠안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