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보스토크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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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남극대륙 얼음 속 4㎞ 지하에 2000만년 동안 존재해 온 호수가 마침내 그 신비를 드러내게 됐다. 러시아 남북극연구소(AARI) 연구원들이 러시아의 남극 보스토크 기지 아래 얼음을 시추한 지 20여년 만인 6일 시추장비가 호수 수면에 도달했다는 소식이다. 전인미답의 얼음 아래 호수에 드디어 인류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기지 이름을 따 보스토크(Vostok)로 명명한 이 호수가 특별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새로운 생명체 발견 가능성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산다면 이는 단지 새로운 종 발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환경이 유사한 화성의 얼음호수 바닥이나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얼음 속 등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하는 까닭이다.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오염 가능성이다. 시추를 하면서 약 60t의 프레온가스와 등유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호수를 오염시켰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원래 호수에 살던 생물체가 시추 과정에서의 오염으로 절멸한 경우다. 하지만 우주 레이더가 파악한 보스토크 호수는 넓이 1만㎢, 깊이 800m로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나 북미 온타리오 호수에 버금가는 엄청난 크기다. 생명체가 있다면 일부 오염에도 살아남았을 가능성 역시 커 일단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보스토크 호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다소 황당한 루머도 나돌고 있는 모양이다. 2차대전 말기 나치 독일이 남극에 비밀기지를 건설했는데 그 장소가 바로 보스토크 호수라는 것이다. 나치 장군 카를 돈티즈가 1943년 “독일 잠수함 부대가 세상 끝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이 루머의 발원지다. 실제 독일 해군 문서에 따르면 잠수함들이 히틀러의 비밀 문서를 포함한 나치의 유물을 남극 얼음 동굴속에 보관했다고 한다. 히틀러와 그의 연인 에바브라운의 DNA도 언젠가 복제될 날을 기대하며 함께 저장해 놨다는 풍문도 있다. 나치가 남극에 무언가를 숨겼을 가능성은 있지만 지하 4㎞ 아래는 아마도 아니지 싶다.
시추장비가 호수 수면에 닿았지만 물을 채취해 분석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모양이다. 오염 최소화를 위해 특수장비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생명체라곤 하나도 없는 그냥 텅빈 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구 최후의 처녀지일 수도 있는 보스토크호가 어떤 속살을 드러낼지 자못 결과가 궁금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기지 이름을 따 보스토크(Vostok)로 명명한 이 호수가 특별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새로운 생명체 발견 가능성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산다면 이는 단지 새로운 종 발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환경이 유사한 화성의 얼음호수 바닥이나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얼음 속 등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하는 까닭이다.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오염 가능성이다. 시추를 하면서 약 60t의 프레온가스와 등유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호수를 오염시켰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원래 호수에 살던 생물체가 시추 과정에서의 오염으로 절멸한 경우다. 하지만 우주 레이더가 파악한 보스토크 호수는 넓이 1만㎢, 깊이 800m로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나 북미 온타리오 호수에 버금가는 엄청난 크기다. 생명체가 있다면 일부 오염에도 살아남았을 가능성 역시 커 일단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보스토크 호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다소 황당한 루머도 나돌고 있는 모양이다. 2차대전 말기 나치 독일이 남극에 비밀기지를 건설했는데 그 장소가 바로 보스토크 호수라는 것이다. 나치 장군 카를 돈티즈가 1943년 “독일 잠수함 부대가 세상 끝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이 루머의 발원지다. 실제 독일 해군 문서에 따르면 잠수함들이 히틀러의 비밀 문서를 포함한 나치의 유물을 남극 얼음 동굴속에 보관했다고 한다. 히틀러와 그의 연인 에바브라운의 DNA도 언젠가 복제될 날을 기대하며 함께 저장해 놨다는 풍문도 있다. 나치가 남극에 무언가를 숨겼을 가능성은 있지만 지하 4㎞ 아래는 아마도 아니지 싶다.
시추장비가 호수 수면에 닿았지만 물을 채취해 분석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모양이다. 오염 최소화를 위해 특수장비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생명체라곤 하나도 없는 그냥 텅빈 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구 최후의 처녀지일 수도 있는 보스토크호가 어떤 속살을 드러낼지 자못 결과가 궁금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