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는 ‘구글’에도 이런건 없을 걸요?”

지난 3일 찾은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의 광학 측정기기 업체 케이맥. 이중환 대표(55)는 기자를 식당으로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형 유리 탁자가 줄지어 서 있고 뒤편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얼핏 보면 보통 식당과 다를 바 없지만 탁자 사이로 카펫 모양의 긴 통로가 있고 앞쪽엔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이 대표는 “결혼 자금이 부족한 직원들을 위해 예식장 겸용으로 설계한 식당”이라며 “직원들이 회사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사내 복지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광학측정기기와 바이오진단기기를 만드는 케이맥은 직원이 240여명인 중소기업이지만 구글이 부럽지 않다. 사내엔 고급 커피머신이 있는 카페는 물론 1000여권이 넘는 책이 있는 독서 공간,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와인과 양주가 진열된 바(bar)까지 있다. 체력단련실은 널찍한 공간에 20여대의 러닝머신 등 각종 고급 운동기기, 탁구대, 전신안마기가 설치돼 있어 고급 피트니스클럽을 연상케 한다. 옥상에는 각종 식물과 그네, 바비큐 시설이 있는 ‘하늘정원’이 조성돼 있어 여름밤이면 임직원들이 모여 파티를 한다.

활발한 사내 동아리 활동도 이 회사의 자랑거리다. 이 대표와 7명의 이사들이 뭉친 밴드 ‘투웬티포(24)’를 비롯 북 가야금 바둑 풋살 클래식 기타 등 동아리 수만 20여개가 넘는다.

이 대표는 지방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고 동아리 결성을 유도했다고 한다. 그는 “일의 능률이 올라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엔 아예 자유롭게 쉬면서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 있는 창의 공간 ‘다빈치룸’을 만들었다. 기자가 찾은 이날 다빈치룸에는 3명의 직원이 쿠션을 베고 유리 칠판에 몸을 기대 앉은 채로 아이디어 회의 중이었다. 칠판엔 신제품 마케팅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의 흔적이 가득했다. 케이맥은 지방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서울, 수도권을 비롯 각 지역에서 석·박사급 우수 인력을 다수 유치했다. 전체 직원의 4분의 1인 60명이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2009년 187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0년 265억원, 지난해 약 4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케이맥은 최근 사옥 근처에 부지를 매입해 ‘케이맥 플라자’라는 별도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이 건물에는 일과 육아의 병행을 돕기 위한 보육시설은 물론 남과 같이 방을 쓰기 싫어하는 신세대 직원들을 위해 호텔급 시설의 1인 1실 기숙사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케이맥의 혁신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더 좋은 인재와 더 크게 성장해 나가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전=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