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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게임만 단속하면 학교폭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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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
    [취재여록] 게임만 단속하면 학교폭력 끝?
    최근 게임이 학교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일으킨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유아 때부터 접한 게임이 성장기 청소년들의 인성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지난 3일 열린 무역진흥 대책회의에서 “게임산업은 공해적인 측면이 있다”고 비판한 것. 2009년에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느냐”며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게임의 폭력성 등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게임을 모든 청소년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정부가 앞장서 게임과 학교폭력 문제를 직접 결부짓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이며 행정 편의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따지고 보면 공교육 붕괴와 학교당국의 교내 폭력에 대한 대처 미흡, 학업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 등이 학교폭력 문제의 더욱 근본적인 요인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학교폭력 문제를 방치해오던 정부는 올 들어서야 피해 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치될 전문 상담사도 1800명에 불과하다. 부모의 무관심도 문제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만 9~24세의 응답자 중 아버지와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자의 비율은 42%에 달했다.

    이처럼 청소년이 게임에 몰입하기 쉬운 요인들은 일선 학교에,가정에 모두 자리잡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은 한류를 이끌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체의 수출액은 22억1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7.7% 증가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53%를 차지했다.

    물론 게임이 중요한 수출산업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일부 게임의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산업에만 일방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 게임이 없어지고 과거 청소년들처럼 구슬이나 딱지치기만 한다면 학교 폭력이 사라질까. 게임업계도 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고민해야 하지만 학교당국도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마녀사냥’ 대상으로 만만한 게임을 찍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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