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곽 복원위해…122년 역사 동대문교회 옮긴다
“성전(聖殿)을 건축하라.”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동대문교회의 올해 표어다. 서울 종로6동 65번지에 있는 교회 부지 소유권이 서울시로 넘어가면서 이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5일 서울시와 동대문교회에 따르면 동대문교회 부지의 토지소유권은 최근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교회 부지에 대한 수용결정을 확정하면서 오는 8일부터 서울시로 이전된다.

동대문교회는 1890년 이화여대 의과대학의 전신인 동대문부인진료소의 기도처를 시작으로 1892년 설립된 감리교단 교회다. 초대 담임목사는 의사·선교사인 윌리엄 스크랜턴이었다. 선교사 H B 헐버트, 3·1운동을 이끈 손정도 목사도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첫 번째 예배당인 볼드윈채플은 ‘ㄱ’자형이었는데 1892년 완공됐다. 1910년 교인이 증가하면서 붉은 벽돌로 현대식 2층 건물을 만들었다. 완공 당시 한 선교사가 기증한 대형종은 한국 최초·최대 서양식 종이다. 세 번째 예배당은 대지 2590㎡, 건평 1450㎡인 현재 건물로, 1973년 완공했다.

한국 개신교의 산 역사지만 서울시가 2009년 서울성곽보존·활용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이전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서울성곽을 복원해 세계 유일의 성곽도시를 조성한 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겠다는 서울시와 교회를 지키려는 일부 교인들이 충돌했다.

동대문교회가 현재 일부만 조성된 동대문성곽공원 부지 한가운데 있는 게 문제였다. 현재 미복원 구간은 인왕산, 남산회현구간, 동대문성곽공원뿐이다. 교회 측은 “충분히 보상한다면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동대문교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과 일부 교인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노후한 교회 건물이 성곽 일부를 점유했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와 교회의 싸움은 사실상 끝났지만 교회 측과 유지재단 측은 토지보상금 200억원을 놓고 다투고 있다. 동대문교회는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예배당을 신축해 이전할 계획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