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빛공해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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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도시의 밤은 밝다. 해가 져도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번쩍거리는 광고판, 밤새 환한 옷가게, 아파트와 고층 건물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경관 조명. 밤 깊도록 어둠은 내려앉지 못하고, 백야처럼 희뿌연 하늘에서 별은 총총함을 잃는다. 바깥뿐이랴. 거리의 빛은 실내로 스며든다.
불빛의 힘은 놀랍다. 가로등은 밤길을 지나는 이의 무서움을 덜어준다. 쇼윈도 전구는 어둠 속에 홀로 선 사람에게 따뜻함과 안도감을 심는다. 조명 덕에 밤 늦게까지 일하고 공부한다. 한여름밤 쏟아지는 불빛 아래 야간 경기를 관람하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해로운 법. 빛도 넘치면 공해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도 밤이 밤같지 않으면 편히 잠들기 어렵다. 수면 유도 호르몬이자 암 예방 기능을 지닌 멜라토닌은 어두워야 분비된다는 까닭이다. 자야 할 때 자지 못하면 심신 모두 지친다. 수면 부족이 짜증과 우울증은 물론 고지혈증까지 일으키는 이유다.
아기 방에 불을 켜두면 16세 전에 근시가 될 확률이 55%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밤에 주변이 대낮처럼 환하면 매미도 잠을 못자고 울어젖힌다는 마당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한밤중에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전국 16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심한 지역은 인근 가로등 조도가 울지 않는 곳의 2~3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불빛은 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로등 밑의 벼, 주유소 근처 가로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야간 조명이 벌과 새의 비행을 방해한다고 하는가 하면, 호수 주변의 과도한 불빛이 물고기의 수면 근처 조류 섭취를 막아 적조가 증가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보고도 있다(미국 웰즐리대학 동물 플랑크톤 연구자 마리안 무어).
서울시에서 지난해 2월 ‘빛 공해 방지 및 도시 조명 관리’조례를 공포한 데 이어, 환경부가 지난 1일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 공포했다. 주거지·상가·자연보존지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건축물 조명, 전광판, 도시기반시설의 빛 방사 허용치를 정한 뒤 내년 2월부터 기준을 초과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한다.
서울 시내 상가 밀집지역의 휘도(광원의 밝기)는 평균 120칸델라로 국제조명위원회 환경 기준(25칸델라)의 5배에 이른다고 돼 있다. 상가가 아니라도 도시의 밤은 너무 환하고 어지럽다.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도 가끔은 불을 끄거나 줄여볼 일이다. 혹시 아는가. 사라졌던 별과 꿈이 나타날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불빛의 힘은 놀랍다. 가로등은 밤길을 지나는 이의 무서움을 덜어준다. 쇼윈도 전구는 어둠 속에 홀로 선 사람에게 따뜻함과 안도감을 심는다. 조명 덕에 밤 늦게까지 일하고 공부한다. 한여름밤 쏟아지는 불빛 아래 야간 경기를 관람하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해로운 법. 빛도 넘치면 공해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도 밤이 밤같지 않으면 편히 잠들기 어렵다. 수면 유도 호르몬이자 암 예방 기능을 지닌 멜라토닌은 어두워야 분비된다는 까닭이다. 자야 할 때 자지 못하면 심신 모두 지친다. 수면 부족이 짜증과 우울증은 물론 고지혈증까지 일으키는 이유다.
아기 방에 불을 켜두면 16세 전에 근시가 될 확률이 55%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밤에 주변이 대낮처럼 환하면 매미도 잠을 못자고 울어젖힌다는 마당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한밤중에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전국 16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심한 지역은 인근 가로등 조도가 울지 않는 곳의 2~3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불빛은 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로등 밑의 벼, 주유소 근처 가로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야간 조명이 벌과 새의 비행을 방해한다고 하는가 하면, 호수 주변의 과도한 불빛이 물고기의 수면 근처 조류 섭취를 막아 적조가 증가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보고도 있다(미국 웰즐리대학 동물 플랑크톤 연구자 마리안 무어).
서울시에서 지난해 2월 ‘빛 공해 방지 및 도시 조명 관리’조례를 공포한 데 이어, 환경부가 지난 1일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 공포했다. 주거지·상가·자연보존지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건축물 조명, 전광판, 도시기반시설의 빛 방사 허용치를 정한 뒤 내년 2월부터 기준을 초과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한다.
서울 시내 상가 밀집지역의 휘도(광원의 밝기)는 평균 120칸델라로 국제조명위원회 환경 기준(25칸델라)의 5배에 이른다고 돼 있다. 상가가 아니라도 도시의 밤은 너무 환하고 어지럽다.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도 가끔은 불을 끄거나 줄여볼 일이다. 혹시 아는가. 사라졌던 별과 꿈이 나타날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