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걸리던 인천~신길역 출근길 '4시간 생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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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연쇄 사고…박은선 씨의 영하 17도 '지옥 출근길'
길가에 차들이 적은 대신 전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출근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열차가 10분 연착돼 마음이 급해졌다. 열차는 역곡역을 지나 속도를 늦추더니, 끝내 멈춰섰다. “신호 대기 중이어서 속도를 늦춘다”는 방송이 뒤늦게 나왔다. 박씨는 “전철 고장 때문이라는 얘기는 없었다”며 “‘조금만 기다려보자’는 심정으로 콩나물 시루 같은 열차에 서 있었다”고 했다.
평소 급행을 타면 10분이 채 안 걸리는 역곡~구로 구간(다섯 정거장)을 지나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 9시10분, 기관사는 “서울역에서 전동차가 고장이 나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 구로역에서 내려달라”고 방송했다.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전동차의 문이 열리고 완행 열차의 승객까지 더해져 개찰구부터 승강장에 이르는 계단까지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날 오전 7시22분께 서울역에서 천안발 청량리행 전동차가 전기 배터리 고장으로 멈춰선 게 사고의 시작이었다.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포기하고 역을 나가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이 달려들면서 버스 몇 대를 그냥 보냈다. 택시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긴 줄에 택시 잡을 엄두도 못 냈다. 그러길 30분, 살을 에는 추위에 버스를 포기하고 지하철역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마침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다시 전동차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땐 출근 시간을 훌쩍 지난 오전 9시40분.
박씨의 험난한 출근 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로역에서 탄 열차는 다음 정거장인 신도림역까지 20분이 걸렸다. “열차 운행이 지연돼 신도림역에서 내려달라”는 방송이 다시 나왔다. 서울역에서 고장난 차량을 성북 차량기지로 이송하는 도중 종로3가역과 종로5가역 사이에서 고장열차의 바퀴가 탈선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1호선 청량리 방향 상행선 운행이 5시간가량 전면 중단됐다.
박씨는 화를 낼 겨를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회사로 내달렸다. 버스와 택시는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벌써 포기했다. 50분을 걸어 회사에 도착한 시각은 10시50분. 박씨는 “평소 1시간인 출근 시간이 4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원인에 대해 코레일 측은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배터리 전압이 방전돼 전동차가 멈춘 것 같다”고 밝혔다. 고장열차를 이송하던 도중 발생한 탈선사고의 원인은 제동장치 오류인 것으로 추정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