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분석보다 직관을"…머뭇거리지 말고 실천해야
“성공과 실패를 분석해 모든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라.” “주관과 경험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현실을 분석하라.” “허술한 아이디어로 일을 진행해선 안 된다.” “필요한 분야의 인맥에 더 집중하라.”

비즈니스 상식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명제들에 대해 《생각을 뛰게 하라》의 저자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노(No)”라고 말한다. 그는 “논리적인 이론과 수치를 따지는 분석으로는 혁신을 성공시키기 어렵다”며 “시장분석보다는 직관이, 롤모델보다는 배짱과 뚝심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실천적 삼단논법·우연의 필연화 등 6개의 혁신 원칙 아래 9개의 사례가 등장한다. 핵심이 되는 인물 중 천재는 한 명도 없다. 그들은 모두 머리로만 생각해 지식을 얻지 않고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힌 주인공들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연간 관람객 수가 26만명까지 줄어 폐원 위기에 내몰렸다. 이 즈음 동물원을 둘러보던 고스게 마사오 원장의 귀에 들린 관람객의 한마디. “이렇게 우리에 갇혀 있는 너희들 참 불쌍하다. 얼마나 벌판을 뛰어다니고 싶을까.” 무릎을 내려친 원장은 ‘행동전시’라는 새로운 동물원 패러다임을 만든다. 새하얀 눈이 덮인 보행로에는 펭귄들이 줄지어 산책하고, 언덕 위에선 줄을 타고 다니는 오랑우탄이 보인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2007년 이 동물원의 연간 관람객은 370만명, 무려 12배가 넘는 기적을 일궈냈다.

도요타의 4인승 초소형 승용차 iQ 이야기도 흥미롭다. 독특한 컨셉트 개발을 지시받은 나카지마 히로키 엔지니어는 3m 미만의 승용차 개발을 기획하지만 팀원들로부터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회의 섞인 원성을 샀다. 하지만 나카지마는 불가능한 부분에 대한 전제조건만 해결하면 된다는 역발상으로 바로 프로젝트 실행에 들어갔다. 조수석 수납박스 아래의 에어컨 유닛 크기를 줄여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옮기고 연료탱크는 바닥으로 깔았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iQ, 일반 소형차보다 40㎝나 작지만 4명이 거뜬히 탈 수 있는 초소형 승용차다.

이 외에도 꼴찌학교에서 명문학교로 거듭난 호리카와고등학교, 전 직원이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이순칸제약 등 상식의 울타리를 넓혀줄 만한 읽을거리가 적지 않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