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창출하는 플랫폼 '소셜컴퓨팅'
고객 의견이나 임직원 제안 등을 경영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IBM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경영 컨설턴트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답한 CEO는 20%에 불과한 반면 40%가 넘는 CEO들은 직원, 협력사,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답했다. 소수 전문가의 조언보다는 다수의 의견으로부터 얻어낸 ‘집단지성’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CEO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집단지성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단순히 취합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체계적으로 종합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서 소셜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셜컴퓨팅은 정보기술(IT)과 사회과학의 집단 의사결정 방법론을 결합한 것으로 집단 구성원 간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지원해 집단지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경영 환경 전망이나 아이디어 발굴, 신사업 추진 등에서 소셜컴퓨팅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IT 기업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소셜컴퓨팅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구글 앱스, 씽크프리 오피스 등 업무용 문서작성 소프트웨어도 소셜컴퓨팅 기능을 지원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여러 사람이 웹브라우저를 통해 문서 작성이나 그래픽 작업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각 부서로부터 업무계획을 전달받아 회사 전체의 사업계획을 세워야 했으나 이제는 각 부서 담당자가 웹에 접속해 해당 부서에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화상회의도 쉬워졌다. 과거에는 고가의 전용 장비가 있어야 화상회의를 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전화를 이용한 웹 기반의 화상회의가 가능해졌다.

의사결정의 방법론도 소셜컴퓨팅의 중요한 요소다. 델파이기법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조사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전체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방법이다. 전문가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차례 토론을 거쳐 수정된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측시장은 예측을 사고 파는 가상의 시장으로 전문가들이 시장 수요나 신사업의 수익성 등에 대한 예측을 내놓으면 다수의 관계자들이 가격을 매겨 결론을 도출한다. 현금이나 가상 화폐와 같은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 무성의하거나 근거가 빈약한 추측을 예방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기업의 신규 투자는 물론 도로 건설 등 공공정책에도 예측시장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내용을 비정형 데이터 분석 기술로 계량화해 수요를 예측하는 방법도 있다. HP 소셜컴퓨팅연구소는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트위터 여론을 분석해 영화의 매출을 정확히 예측했다.

소셜컴퓨팅을 통한 집단지성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 내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각 구성원이 집단지성에 기여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금전적 이익, 동료의 인정 등 집단지성에 참여한 동기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lee1009@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