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日교세라 회장 "경영은 종업원과 가족 행복 지켜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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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드림소사이어티 강연
'12 경영원칙' 고수…오늘의 교세라 일궈
하루·월간 경영목표 세워…종업원과 지속적인 소통
'아메바' 경영 기법 도입…매출 최대·비용 최소화
'12 경영원칙' 고수…오늘의 교세라 일궈
하루·월간 경영목표 세워…종업원과 지속적인 소통
'아메바' 경영 기법 도입…매출 최대·비용 최소화
“물심양면으로 모든 종업원의 행복을 추구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JAL)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진정한 목적은 기술자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자기 잇속을 챙기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1일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가진 하나금융그룹 제101회 드림소사이어티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경영자의 목적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종업원과 그들 가족의 생활을 지켜주고 믿음을 주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드림소사이어티는 하나금융경제연구소가 매월 개최하는 강연회다.
◆“세운 목표는 항상 사원과 공유하라”
이나모리 회장은 이날 “보편적인 경영원칙이 기업을 성장으로 이끈다”는 주제로 12가지 경영원칙을 소개했다. 그는 27세에 TV브라운관의 작은 부품을 만드는 ‘교세라’라는 기업을 창업, 세계 굴지의 회사로 만든 성공한 기업가다.
이나모리 회장은 “기업의 목표는 회사 전체의 막연한 숫자가 아니라 조직별로 세분화(break down)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을 아우르는 연간 목표뿐만 아니라 월간 목표도 정해야 하고 매일의 목표도 설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5개년 계획 또는 10개년 계획 같은 중·장기적 경영계획을 입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교세라는 장기계획을 세운 적이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또 “경영컨설턴트들은 ‘코앞의 목표만으로는 큰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교세라는 1년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이를 꾸준히 달성했고, 또 다음해에는 반드시 전년도 실적을 상회하는 목표를 세워 이를 확실히 달성하는 것을 일관되게 관철시켰다”고 강조했다.
◆“매출 최대화, 비용은 최소화하라”
이나모리 회장은 ‘매출 최대, 경비 최소’를 경영의 대원칙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반적인 경영상식으로는 매출이 증대하면 경비도 함께 늘어난다”면서도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매출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창의적 노력을 계속하는 자세가 고수익을 낳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의 매출이 100이고 여기에 필요한 인재와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자. 보통 기업은 수주가 150으로 증가했다면 일반적으로 50%의 인원과 설비를 추가해 150을 생산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 덧셈 방식의 경영으로는 결코 고수익을 낼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수주가 150으로 증가해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원과 설비는 20~30% 정도만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주가 늘고 매출이 확대돼 회사가 발전하는 시기야말로 합리화를 도모하고 고수익의 기업 체질을 갖출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이런 호황기에 불필요하게 경비를 낭비하고 과다한 설비투자를 하는 등 방만한 경영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교세라 창업 초기부터 ‘아메바 경영’이라 불리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몇 명에서 십여명 정도로 구성된 ‘아메바’로 불리는 소그룹이 이 시스템에 따라 일을 하며 월간 매출과 경비 명세를 조직별로 명확히 알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그는 “매출에서 소요 경비를 모두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월간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숫자로 경영지표를 삼고 있다”며 “이것을 우리는 ‘시간당 채산제도’라 부른다”고 소개했다.
◆“가격결정이 경영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가격결정을 할 때 ‘구매’와 제조 사업부의 ‘비용절감’이 연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자가 가격결정을 하는 순간에는 이미 자재 구매나 제조 비용 절감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제조비용을 줄일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제품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한 후 개당 제품의 이윤과 판매수량을 곱한 것이 극대치를 이루는 한 점을 찾아 가격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를 예로 들면 영업파트에서 싼 가격으로 수주하면 제조 파트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 따라서 영업 파트는 가급적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하지만 정해진 가격 내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지는 제조 파트의 책임이다.
그는 “재료비는 얼마, 인건비는 얼마, 기타 경비는 얼마 하는 식의 고정관념과 상식은 모두 버려야 한다”며 “사양과 품질 등 주어진 요건을 충족시킨 범위 내에서 제품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제조하는 노력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이나모리 회장 누구인가
27세에 창업…2010년 JAL 구원투수로 나서
27세에 세라믹 부품 회사인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일본의 대표적 경영인이다.
거대 통신 기업인 NTT에 맞서 1984년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 일본 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2010년 빚더미에 앉은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복귀, 단 1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시켜 경영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확고한 기업 이념과 철학, 미래를 읽는 능력, 결단력으로 일본 재계에서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고 우장춘 박사의 사위로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32년 가고시마현 출생 △1955년 가고시마대 공학부 졸업 △1959년 교토세라믹(현 교세라) 창업 △1966년 대표이사 사장·회장(1985년)·명예회장(1997년) △2010년 일본항공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