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민주당
민주통합당이 1일 검찰의 돈봉투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협 부천 국회의원 예비후보에 대한 검찰의 선거사무실 압수수색이 “민주당을 잡기 위한 물타기 수사”라는 것이다. 검찰이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해 민주당을 무리하게 끌어들였다는 게 민주당 비판의 요지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인기인데, 제2편으로 ‘부러진 칼날’ ‘부러진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포문을 열었다. 사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화 ‘부러진 화살’에 빗대어 최근의 검찰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돈봉투와 초청봉투를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을 잡겠다고 검찰이 눈이 멀어서 부천 현장을 압수수색한 것이라면, 이제 민주당은 행사할 때 초청장을 투명봉투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용득 최고위원도 “요즘 검찰이 돈봉투 사건을 희석하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돈봉투와 초청장 봉투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물타기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 것이라면 검찰이 무능함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물타기든 몰라서 그런 것이든) 두 가지 모두 후진검찰임이 분명하다”며 “정치검찰, 후진검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대통령 측근 비리를 언급하며 “검찰에 마지막 기회가 왔다. 부패 비리 ‘빅 스리(3)’에 대해 철저하고 성역없는 소환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정작 당내 돈봉투 의혹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시 돈봉투가 오갔다는 언론보도가 나갔지만 설 연휴가 끝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돈봉투와 관련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야를 달리할 수 없다. 돈봉투 관행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심판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에 대한 수사를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건 흘러간 레퍼토리라는 생각이 든다.

허란 정치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