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프레드 굿윈이 기사(knighthood) 작위를 잃었다. 영국 왕실이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 기사 작위를 박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국 금융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2004년 굿윈에게 수여했던 기사 작위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굿윈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EO로 있으면서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켜 RBS를 세계적인 은행으로 키웠다.

그러나 문어발식 확장 경영은 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굿윈은 2007년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ABN암로를 무리하게 인수하려다 은행 재정을 악화시켰다. RBS는 2008년 영국 기업 사상 최대인 240억파운드(44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와 맞물려 RBS는 450억파운드에 달하는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국유화됐다. 이 은행은 현재 정부 지분이 82%에 이른다. 굿윈은 퇴직 후에도 매년 70만파운드(12억6000만원)의 연금을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영국 왕실은 매년 사회에 기여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기사 작위와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한다. 그 중 최고 훈장에 해당하는 기사 작위는 매년 한두 명만 받을 수 있다. WSJ는 1930년대 옛 소련의 첩자로 활동했던 미술사학자 앤서니 블런트와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짐바브웨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등 극소수만이 작위를 박탈당했다고 소개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