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년3개월만에 줄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1월 수출이 27개월 만에 감소했다. 수출이 줄어든 반면 유가 상승으로 원유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는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식경제부는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415억3700만달러, 수입은 3.6% 증가한 434억94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19억5700만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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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주력 품목 중 8개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이 중 선박의 수출 감소폭이 41.5%로 가장 컸다. 이어 무선통신기기(-39.7%), 가전(-19.8%), 액정디바이스(-14.6%), 반도체(-8.5%)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지역으로의 수출이 44.8% 줄어드는 등 재정위기로 혼란에 빠진 유럽 수출시장의 위축이 뚜렷했다.

선박 수출이 급감한 것은 2009년부터 2010년 초 사이 유럽에서 수주한 물량 인도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선박을 발주한 유럽 선주들이 선박금융 위축에 따른 자금 압박으로 건조가 완료된 선박의 인도 시기를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이 인도시점이었던 2척의 대형 선박은 선주들의 요청으로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주가 급감한 데다 선박금융이 얼어붙어 당분간 선박을 통한 수출 증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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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장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정보기술(IT) 품목들의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 반도체 D램(2G 기준) 수출 단가는 작년 1월 1.87달러에서 지난 달 0.97달러로 내려앉았다. 가전·액정디바이스 수출도 작년에 이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란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원유 도입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유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뛰면서 오히려 원유 수입액은 급증했다. 원유 도입물량은 작년 1월 8430만배럴에서 올해 1월 7990만배럴로 5.2% 줄었지만 수입단가는 배럴당 91달러에서 112.9달러로 상승, 수입액이 76억7400만달러에서 90억2000만달러로 17.5% 증가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1월은 연말 밀어내기 수출로 물량이 감소한 데다 유럽 재정위기와 설 연휴 등 특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진했다”며 “이달에는 조업 일수 증가로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품목들의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