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할 나이인 50대 중반~60대 중반의 경제활동이 오히려 더 활발해진 것은 노후준비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6ㆍ25전쟁 전후에 태어나 70~80년대 산업역군으로 일했고 부모 봉양과 자녀 뒷바라지의 이중 부담을 고스란히 지며 살다가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에는 소홀했던 세대다.

이 때문에 편안한 노후를 꿈꾸기보다 은퇴 후에도 창업에 나서거나 마트,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임시ㆍ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 것을 고려하면 더는 미루지 말고 정년 연장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1일 강조했다.

◇ 노후준비 부족…제2일터로 복귀
1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최고연령층인 55~64세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작년에 63.7%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00년 59.5%에서 2005년(60.2%) 60%를 넘었고 2009년 61.8%, 2010년 62.7%에 이어 작년에 64%에 근접했다.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고연령대의 근로자가 많아져 근로자 평균연령(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기준)은 2000년 36.2세에서 2010년 39.0세까지 높아졌다.

현재 60세가 정년이지만 상당수 기업에서는 50대는 물론 40대부터 명예퇴직을 하는 게 현실이다.

직장을 떠나 편안한 노후를 즐겨야 하는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의 퇴직 연령대 고령자들이 제2의 일터를 찾아 돌아오는 것은 무엇보다 노후준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후준비가 안 된 시점에서 정년을 맞다 보니 소득 창출을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들 바로 다음 세대인 베이비붐세대만 봐도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노후준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금방 확인된다.

국민연금은 작년 11월 기준으로 베이비붐세대가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액을 월평균 45만8천원으로 평가했다.

베이비부머 758만2천명 중 연금보험료 납부자는 그나마 절반가량인 373만1천명에 불과했다.

◇ 마트ㆍ주유소 등 임시ㆍ일용직 몰려
현재 55~64세 연령대는 6ㆍ25전쟁의 혼란 속에서 태어나 70~80년대에는 20~40대로서 근대화ㆍ산업화를 이끈 세대다.

가부장적 환경에서 자라나 부모 봉양을 당연시하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지금의 부모들이다.

환란을 겪을 때는 자녀가 대학생에 다닐 시기여서 힘들게 살아온 세대이기도 하다.

노동 사이클상 최근에는 평생직장을 떠나거나 조금씩 책상 정리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다.

그러나 이들은 쉬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일터를 찾아 떠나고 있다.

청년들도 취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고령자에게는 양질의 일자리가 허락되지 않아 비정규직이나 한시적인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을 마친 50~60대 여성은 음식점, 마트, 편의점 등에서 일하고 남성들은 주유소 직원 등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생계형 창업에 나서기도 하지만 정보에 발 빠르지 못하고 새로운 영업 형태를 좇아가기 어려워 이마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50대 여성의 경우는 2008년부터 더 생활전선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50대 여성취업자가 20대보다 많아지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 기대수명 100세 시대…"더 일할 수 있다"
이들 생산가능인구 최상층의 고용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갈수록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가 만 60세에 달하는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구직난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는 남자 384만명, 여자 37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 고용 문제에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길게는 10년 이상의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가 인식을 공유하고 법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첫번째 대책은 정년 연장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일자리를 더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60세가 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원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경험 많고 일할 의지가 있는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홈플러스는 전 직원 2만1천명의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GS칼텍스도 올해 1월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고, 이 기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했다.

정년 연장이 어렵다면 보완책으로 정년을 보장하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점진적인 퇴직제, 정년퇴임 후 촉탁직 전환 등이 거론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업무계획에 임금피크제 활성화 방안을 포함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지원 조건을 임금감액률 하한선을 20%에서 10%로 완화하고, 소득 제한도 6천800만원에서 더 낮추기로 했다.

공도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원은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이 저조한 편이다.

정부는 기업들과 연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일자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박상돈 한지훈 기자 hsh@yna.co.krkaka@yna.co.kr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