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특급호텔 셰프들 '김치 배우기'에 푹~
국빈이 주로 묵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만다린오리엔탈호텔. 뉴욕 유명 요리학교인 ICE 출신 이영선 셰프(오른쪽)가 30일(현지시간) 능숙한 솜씨로 배추에 소금을 뿌리자 이 호텔 소속 셰프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뉴욕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들이지만 복잡미묘한 김치의 세계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이 셰프가 까나리액젓과 새우젓을 넣자 토니 로버트슨 총주방장(가운데)은 “새우젓은 향을 내기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맛도 내고 발효도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뉴욕 최고급 호텔 주방장들이 한국 음식 전문가를 초빙해 김치 배우기 특별 수업을 가진 건 호텔에서 김치를 찾는 손님이 늘어났기 때문. 배추를 소금에 절인 후 매운 소스를 뿌려 내놓았더니 “김치는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김치 담그는 법을 제대로 배우자”며 이 셰프를 초대하게 됐다.

로버트슨 총주방장은 “뉴요커들에게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일식은 이미 식상해졌고 지금 뉴욕에서 가장 트렌디한 음식은 한식”이라며 “김치의 기본을 마스터한 후에는 사과와 배를 넣어 약간의 서양식을 가미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오늘 배워 보니 김치를 담그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