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화 50년] 울산대 "산학협력 넘어 일체화 통해 기업·대학 함께 발전 모색"
울산대 이철 총장(63·사진)은 지난해 말 산학협력의 든든한 토대를 구축했다. “울산시, 기업체, 대학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는 상생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며 산학협력 부총장직을 신설한 것이다.

초대 부총장에는 서울대 공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통신(현 KT) 등 기업에서 오랫동안 실무 경험을 쌓아온 허정석 컴퓨터 공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허 교수는 2007년부터 울산대 산학협력 단장도 맡아왔다.

이 총장은 “‘산학협력’을 넘어선 ‘산학일체화’야말로 기업과 대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며 “세계가 주목하는 산학협력 대학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대는 공업입국 실현을 위한 고급기술인력 양성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겸 울산대 설립자의 건학 이념을 철저히 실천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기업에서 퇴직한 임원들을 산학협력 교수로 초빙하는 제도는 이제 정부가 나서 벤치마킹할 만큼 울산대의 고유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산학협동 교육프로그램 가운데 3학년 수료 후 1년간 기업에서 배우는 샌드위치형 교육은 인기가 높다. 학생들은 1년간 기업체로부터 숙식은 물론 일정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학부에 세계 일류 브랜드 개념을 도입한 ‘학부 일류화 사업’은 울산에 소재한 글로벌 기업들 덕분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2006년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원으로 세계일류화사업에 처음 나선 조선해양공학부의 졸업자 대부분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세계 10대 조선소와 외국 선급사에 취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 학부에 내년까지 16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정밀화학기업 KCC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132억원을 생명화학공학부에 투자한다. 2008년 이후 이 학부는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15.5명으로 줄이고 교육시설을 최첨단화하는 등 일류화 기반을 구축했다.

졸업생의 현장 적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산학협동교육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하성기 S-OIL 부사장과 박종훈 전 SK에너지 부사장, 김대식 전 한화석유화학 공장장 등이 현장 경험을 살린 특성화 교육에 나서고 있다. 생명화학공학부 4학년 때 KCC 인턴에 선발되면 졸업 후 바로 회사에 취업이 가능해진다.

지난해부터 일류화사업에 들어간 기계공학부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5년 동안 해마다 25억원씩, 전기공학부는 30억원씩 지원받는다.

이 같은 산학 협력 덕분에 학생들은 학비와 취업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전념한다. 울산대도 자연스럽게 산학협력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7.77 대 1이라는 높은 지원율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탄탄한 산학협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울산대는 지난해 추진한 연간 75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R&D) 사업규모를 2015년 1300억원, 2020년 2000억원 이상 끌어올려 전국대학 10위권 수준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주봉현 울산시 전 경제부시장을 산학협력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기술 지주회사 설립 △대학-기업 간 투자관리 및 공동경영 합작기업 설립 △산학협력역량 평가 인사제도 시행 등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대는 또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태블릿 PC를 대학 직원들과 교수, 학생들에게 무상 지원하는 등 ‘시공간 제약 없는 스마트시대 교육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울산=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