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고객 약속 안지키는 카드사
피트니스클럽 무료 이용권을 놓고 법정까지 갔던 현대카드와 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 삼성동)의 분쟁이 최근 현대카드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두 회사는 “향후 더 발전적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 인터컨티넨탈호텔과 제휴를 맺고 ‘퍼플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이 호텔의 피트니스클럽을 연 50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몰리면서 기존 클럽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호텔 측은 두 달여 뒤 현대카드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퍼플카드 소지자들의 피트니스클럽 이용을 중지시켰다. 이에 불복한 현대카드는 지난해 8월 “호텔 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고객이 이탈하고, 회사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두 회사가 타협하는 과정에서 현대카드 회원의 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매력적인 부가서비스에 이끌려 60만원이나 되는 연회비를 내고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료로 피트니스 이용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카드를 해지하더라도 연회비를 돌려주겠다”는 카드사 직원의 말뿐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카드를 반납하라는 것이다. 이 카드를 해지한 한 고객은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제공 약속만 믿고 카드를 발급 받았다”며 “‘아니면 말고’식 마케팅에 놀아난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리한 마케팅으로 약속을 어긴 카드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한카드는 스타일F카드 등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유명 외식업체 10~30% 현장할인을 오는 7월 말로 중단한다. KB국민카드는 8월부터 주유할인 제휴카드의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5월부터 한 도서업체 포인트 적립률을 종전 결제액의 2%에서 0.8%로 낮춘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알린 서비스 중단 이유는 ‘제휴사 사정’이나 ‘운영비용 증가’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경쟁이 치열해 많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한다. 또 환경이 바뀌어 서비스를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해 달라고 한다. 카드사들에 있어 고객과의 약속은 부차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김일규 경제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