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시장친화'…물가안정 등 실제 상황선 '정부개입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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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장경제 - 한경·KDI·시장경제硏 공동기획
(1) 시장에 대한 이중적 태도 <국민경제의식 조사>
자유경쟁·사유재산 보호 등 시장경제 가치 '원칙적 지지'
최저임금 설정·기업이윤 환원…정부 '정책적 역할' 기대
학력·경제 이해도 높을수록 현실에선 '反시장지향적'
(1) 시장에 대한 이중적 태도 <국민경제의식 조사>
자유경쟁·사유재산 보호 등 시장경제 가치 '원칙적 지지'
최저임금 설정·기업이윤 환원…정부 '정책적 역할' 기대
학력·경제 이해도 높을수록 현실에선 '反시장지향적'
◆머리로는 시장주의 지지
문항별로는 ‘자유로운 경쟁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질문만 5.05로 5점대를 기록했을 뿐 ‘경쟁은 결과적으로 사회와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거나 ‘사유재산권의 보호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다른 질문은 모두 4점대에 머물렀다.
직업별로는 생산직 근로자와 농어민, 미취업자보다는 경영자나 기업의 간부, 고위직 공무원 등의 시장지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리직 직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시장지향성은 5.41로 상당히 높았다. 이는 소득수준이 높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시장주의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월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시장지향성 지수가 평균 이하, 300만원 이상인 경우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다.
◆실제 상황에서는 정부 개입 요청
시장지향성을 실제 상황과 접목시킨 질문에서는 결론이 다르게 나왔다. 시장 자율보다는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시장 신뢰도를 이론적으로 묻는 질문에는 평균값이 4.74로 중간값을 넘었지만 실제 상황을 대입한 질문에서는 3.56으로 중간값 밑으로 떨어지면서 1점 이상 차이가 났다.
이론과 실제 간 가장 큰 차이는 가격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났다. 이론적으로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지만 실제상황을 묻는 질문에서는 ‘홍수로 물량이 줄어 채소값이 급등할 경우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답변 성향이 훨씬 컸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아가는 가격의 기능을 신뢰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감소해 이들의 임금이 낮아질 경우 정부가 최저임금을 설정해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이해도 높을수록 반시장적 성향
흥미로운 점은 학력과 경제이해도가 높을수록 실제 상황에서 시장지향성이 낮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원론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답했지만 현실적인 상황에서 표출되는 이들의 성향은 반시장지향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점은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에 대한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수준이 높을수록 시장에서의 가격 기능을 신뢰하기보다는 정부의 개입을 통해 가격이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학 이상의 학력수준을 가진 응답자와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가 정부의 가격 개입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동의를 보였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에 대한 태도에서도 다소 이런 이중성이 드러났다. ‘세금도 법대로 내고, 환경오염도 발생시키지 않은 기업이 이익을 냈을 때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도록 해야 한다’와 ‘전적으로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 평균값이 4.03으로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론적인 관점에서는 시장경제를 지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정부의 개입으로 메워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