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악몽' 코다코, 2년만에 패스트트랙 졸업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코다코(대표 인귀승·사진)가 정부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졸업한다. 회사 자체적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할 만큼 펀더멘털이 탄탄해졌다는 것을 채권단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코다코가 신청한 패스트 트랙 졸업안을 최근 의결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우리 하나 신한 기업 국민 수출입 외환 신보 씨티 등 9개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90%가 찬성표를 던졌다.

패스트 트랙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차입금 상환을 1년간 유예함으로써 회생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코다코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자동차 산업 침체, 키코 손실이 맞물린 탓에 매출 급감, 부채비율 급증, 유동성 악화 등 3중고에 내몰렸었다. 2010년 1월 패스트 트랙을 시작했고 지난해 기한을 1년 연장한 데 이어 2년 만인 30일 족쇄를 벗어 던지는 것이다. 패스트 트랙 기업은 신규 차입 등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는다.

'키코 악몽' 코다코, 2년만에 패스트트랙 졸업
코다코는 패스트트랙에 들어간 이후 발빠르게 ‘환골탈태’의 면모를 보였다. 2008년 821억원에서 2009년 666억원으로 급감한 매출은 2010년 1484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손익은 2009년 45억원 적자에서 2010년 88억원 흑자로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엔 매출 약 190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증권가 추정)을 각각 기록할 정도로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은 전 임직원의 뼈를 깎는 고통분담과 고객 다변화가 원동력이 됐다. 코다코는 3중고에 시달리면서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삭감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았다. “인재가 없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는 인귀승 대표의 경영철학에서다. 그러면서도 재기를 도와줄 새 먹거리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이렇게 탄생한 조향장치와 트랜스미션용 컨버터 하우징, 밸브 보디 등의 신제품은 현대기아자동차, 크라이슬러, 혼다, GM, 포드, 닛산, 피아트 등 완성차 업체에 쉴 새 없이 팔려 나갔고 쇄도하는 러브콜 덕에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만 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작년 말에는 일본 완성차 업체 스바루와 직거래까지 뚫어 자동차 부품업체의 꿈인 ‘1차 벤더’로 우뚝 섰다. 이 회사는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경기 안성에 제3 공장을 짓고 있다.

인현환 코다코 재무 담당 부사장은 “채권단이 동의한 것은 확 달라진 코다코의 체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패스트 트랙 기업’ 꼬리표를 떼어 낸 만큼 올해엔 보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스트 트랙 연장 및 종료는 채권단 동의가 필수라는 측면에서 코다코의 달라진 펀더멘털을 채권단도 인정한 셈이라는 얘기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