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외국인이 사상 최대 수준의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증시가 상반기에는 약세를 보이는 시장 흐름을 전망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외국인 행보와 주가 상승세는 다소 뜻밖이다.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저금리 장기 대출을 실시한 이후 민간 은행의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우려는 잦아들었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 고용 소비에 이어 주택 관련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중국 역시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한 긴축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의 금융 완화 정책이 맞물려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시장, 즉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전기·전자와 자동차에 이어 조선 철강 석유화학 기계 건설 등의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조선 기계 건설 등 산업재 및 소재 업종의 상승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조선 업종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와 더불어 한진중공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노사 분규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했으나 올해는 쇄빙선 등 특수선 수주가 증가하고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의 매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 업종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아직 침체돼 있지만 해외 수주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이 주목된다. 이 중 삼성물산은 해외 수주와 함께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 업종에서는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한라공조를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7배에 머무르고 있는 두산인프라는 중국의 긴축 완화가 본격화하면 굴삭기 등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재·소재섹터 저평가 종목 공략하라
화학 업종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서 비롯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변수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보다는 수요 위축의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머리 위의 먹구름보다는 먹구름 뒤에 비치는 햇살에 희망을 걸고 투자에 나설 때다.

서동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