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사장 호출…'발칙한 상상' 불지폈죠
서울 남산자락 하얏트호텔의 맞은편 한 레스토랑 앞. 지난 19일 저녁 7시께 젊은 직장인 10여명이 이 곳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곧 어깨동무로 스크럼을 짠 채 파이팅을 외치더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일체의 격식을 배제한 난상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회의장 한쪽에는 방태원 코레일관광개발 대표(54·사진)가 앉아있다가 간간이 끼어들었다.

이 자리는 취임 3개월을 맞은 방 대표가 코레일관광개발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발족한 ‘상상플러스’ 팀의 첫 모임이었다. 방 대표는 “상상플러스 팀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갖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게 해 ‘발칙한 상상’을 맘껏 펼치게 할 계획”이라고 27일 말했다.

그는 “모든 경영자가 소통과 열린 사고를 말하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며 “조직에 이런 분위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난 연말 직책 직급 없이 올라운드 플레이를 원하는 직원을 자원받았다”고 말했다. 대리 과장급 15명으로 구성된 상상플러스 팀은 각자 소속 부서는 있지만 이에 구속받지 않고 활동한다.

이들은 평일 업무 시간에 불현듯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거나 미술 전람회를 다녀올 수 있다. 때로는 한강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승객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무작정 남산 타워에 올라 서울 시내를 굽어보면서 상념에 젖을 수도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표를 불러낼 수도 있다. 업무와 관련해 거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모두 ‘발칙한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팀장은 따로 임명하지 않고 구성원끼리 호선으로 뽑는다. 이날 첫 모임에선 입사 4년차인 최종화 고객만족팀 사원(30)이 리더로 뽑혔다.

그의 ‘발칙한 상상경영’은 조직과 업무에서 뿐만 아니라 사내 의견수렴을 위한 워크숍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4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부서장 간부회의의 주제는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회사를 처절하게 망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남김없이 쏟아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은 거였죠.” 일종의 역발상 경영인 셈이다.

방 대표는 1981년 육군사관학교(37기)를 졸업한 뒤 지휘관 생활을 거쳐 1988년 서울시 사무관 특채시험에 합격하면서 행정공무원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 공보과장, 도시교통본부 가로환경개선추진단장, 동대문구 부구청장 등을 거쳐 2010년 2월 동대문구청장 직무대행을 끝으로 퇴임할 때까지 30여년을 공직에 몸담았다.

“공직에 있을 때는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관심사였어요. 그런데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보니 이제 돈을 어떻게 잘 벌 것인가에 몰두하게 되더군요.” 방 대표의 상상경영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2015년쯤에는 아시아 MICE(기업회의와 관광·컨벤션·전시를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 관광객이 1억명을 넘을 겁니다.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인천공항과 서울역사를 곧바로 잇는 철도만한 유리한 교통수단이 없어요.” 코레일관광개발을 단순한 열차관광에서 벗어나 종합레저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게 방 대표의 욕심이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