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숑'도 매장 축소…대기업 '빵전쟁' 끝나나
호텔신라가 결국 ‘백기투항’을 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소상공인 업종 진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비난 대열에 가세하자 2004년부터 키워온 베이커리 사업을 전격적으로 내던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의 빵집 시장 진출을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그룹이 여론에 밀려 괜찮은 실적을 내던 사업을 접기는 아이마켓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은 ‘대기업들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직접 펼치다 보니 관련 중소기업들이 다 죽어나간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지난해 아이마켓코리아를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호텔신라 왜 철수하나

호텔신라가 ‘아티제’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난 여론을 안은 채 끌고가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텔신라 매출(약 1조7000억원)의 1.4%에 불과한 241억원짜리 사업이 삼성그룹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의 이미지를 크게 갉아먹고 있는 만큼 지금 시점에서 포기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본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애플과 싸워야 할 삼성이 동네 빵집들과 전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베이커리 사업을 펼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티제는 오너 지분이 없고 오피스 빌딩 위주로 출점한 만큼 ‘오너 일감 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는 무관하다”며 “하지만 더 이상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란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빵집 철수 잇따를까

롯데가(家)의 장선윤 씨(40·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가 이끄는 블리스도 고급 베이커리인 ‘포숑’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지난해 초 블리스를 설립하며 고려당이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던 포숑 매장 12개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강남 안양 등 5개 점포에서 최근 철수했다.

업계에선 롯데 측도 포숑을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신라의 결단으로 롯데가 포숑을 끌고 가기 부담스러워진 데다 포숑의 매출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신세계는 베이커리 사업이 대기업의 골목 빵집 진출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일단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