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자선활동 넘어 경제 부가가치 창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1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공유가치 창출이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한 자선활동이나 봉사의 차원을 넘어 경제적·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각국의 저소득층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제금융공사(IFC)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40억명이 구매력 기준 연 소득 3000달러 이하의 빈민층이며, 이들의 소비시장 규모는 연간 5조달러로 추산된다. 빈민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것이 저소득층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의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소비 창출형으로 저소득층의 구매력과 생활 환경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네슬레는 동전으로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추는 것을 뜻하는 ‘동전가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마일로 초코볼의 가격을 12센트(135원)로 책정한 것이 동전가격 정책의 사례다.

영국 이동통신회사 보다폰은 케냐에서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은행 지점이 많지 않은 현지 상황을 고려해 휴대폰으로 송금과 소액 대출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자활 견인형으로 구매 유통 판매 등 기업 활동에 저소득층을 참여시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교통 인프라가 취약해 트럭 운송이 어려운 아프리카 3200여개 지역에 도매점을 개설해 1만9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9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코카콜라는 앞으로 새로 개설하는 도매점의 절반은 해당 지역의 여성 창업자에게 운영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는 다자협력형으로 기업이 시민단체, 국제 원조기관 등과 협력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2010년 방글라데시의 서민 소액대출 전문 은행인 그라민은행과 합작, ‘그라민-유니클로 조인트벤처’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가격이 1달러 미만인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한편 현지 인력을 고용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선진 기업의 사례는 기업은 물론 지역사회에 최대한 많은 경제적 혜택을 안겨줄 때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기업은 고용을 통해 저소득층의 자립을 도울 수 있고, 저소득층은 소비자이자 근로자로서 기업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잠재 수요층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공유가치 창출은 중요하다. 저소득층의 생활수준 향상과 소득 증가는 곧 소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저소득 지역의 사회·경제·문화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유가치 창출의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신미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mijoo@samsung.com>